[송동근의 멘탈 투자]군중심리 ‘묻지마 투자’를 역이용하라

  • 입력 2009년 5월 25일 03시 05분


공모주 투자 열기가 뜨겁다. 웬만한 공모주 청약에 1조, 2조 원의 자금은 예사로 몰리고 있다. 지난달부터 기업공개와 유상증자, 신주인수권부사채(BW) 공모 등에 몰려든 시중 자금만 해도 50조 원에 육박한다. 웬만한 강세장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현상이다.

청약 경쟁률도 기록적이다. 지난달 기업공개(IPO)를 위해 청약을 받은 기업 중 서너 군데가 1000 대 1을 가볍게 넘어섰다. 공모주의 상장 이후 가격도 공모가 대비 평균 100% 넘게 상승하면서 엄청난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안겨 줬다. 시중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 공모주 시장에 기름을 붓는 형국이다.

공모주가 시장에서 인기를 끌 때의 전형적인 현상들도 어김없이 나타나고 있다. 1인당 청약한도에 제한이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 온 가족을 동원해 청약에 나서는 투자자들도 있다. 또 몇몇 투자자는 공모주를 배정받는 방법을 몰라서 직접 해당기업 본사까지 현금을 들고 가서 문의를 했다. 기본적인 투자 지식도 없이 일단 나서고 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 열풍이 대단하다는 뜻이다.

시장에서 이런 ‘묻지마 식’ 군중심리가 일어나는 이유는 우선 과거의 추세가 미래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의 지속편견(persistence bias) 때문이다. 공모주가 수익을 내주니 투자자들은 더 많은 자금을 갖고 들어오고, 돈이 더 들어오니 공모주의 수익은 더 불어난다. 뒤늦게 소문을 믿고 투자한 사람들은 이런 ‘선순환’이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투자 시장이나 경제학에서는 끝도 없이 지속하는 패턴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군중심리에 빠져드는 것은 기관투자가들도 예외가 아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에 투자은행이나 보험사 등 금융회사들 사이에선 부채담보부증권(CDO)에 대한 투자가 ‘대세’였다. 물론 시장 일각에서 그 위험성에 대한 경고가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다른 대형 투자회사들도 다 하는데”라며 스스로를 애써 안심시켰다. 곧이어 부동산값이 급락하고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CDO는 곧 시장에서 거래를 멈췄다.

이처럼 사람은 모두 개인으로서 각자의 이성적인 판단력을 가지고 있지만, 결정적으로 판단을 내리는 시점에 와서는 주변 사람들의 생각에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무리를 좇을 때 사람들은 심리적 안도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뛰어난 투자자들은 오히려 이런 군중심리를 역으로 이용해 큰 성공을 거둔다. 그 답은 군중에 합류하되 한 박자 또는 반 박자 먼저 빠져나오는 것이다. 명심할 것은 이런 생각을 하는 투자가가 많기 때문에 파국 직전에 빠져나오려다가는 빠져나올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쏠림현상의 끝은 무엇일까? 모든 투자자들이 한 방향으로만 달려가고 심지어 평소 투자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마저 무리 지어 시장에 뛰어들면 이미 그때는 시장이 파국으로 향하는 시점이다.

과거 증권사의 객장에 상주하던 투자의 고수들에게 주식을 매도해야 하는 일종의 신호가 있었다. 아기를 업은 젊은 주부가 주식투자를 하기 위해 증권사 객장에 나타나는 것이었다. 평소에 투자에 관심이 없던 주부들마저 투자에 나섰다면 사실상 시장에서 주식을 살 사람은 다 샀다는 뜻이고 더 살 사람은 없다는 뜻이다. 주식시장이 절정기였던 2007년의 중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한 스님이 증권사에 나타나 주식계좌를 텄고 이는 해외토픽이 돼 전 세계에 알려졌다. 일부 중국인들은 이를 두고 “영험한 스님이 투자를 개시했으니 주식시장이 더 오를 것”이라며 주식을 더 샀다. 북유럽에는 ‘레밍’이라는 작은 들쥐가 들판에 무리 지어 사는데, 이들은 가끔 이유 모를 질주를 벌여 벌판 끝의 절벽에 몸을 내던지며 떼죽음을 당하는 기현상을 일으킨다. 군중이 만들어 내는 비합리적인 행동을 극단적으로 상징하는 것이다. 그만큼 군중심리의 유혹은 강하다. 그걸 역이용할 줄 알아야만 진정한 투자자의 대열에 합류하는 첫걸음을 내딛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송동근 대신증권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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