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Brand]스타브랜드 거느린 자동차제국 우뚝…폴크스바겐

  • 입력 2009년 5월 19일 02시 55분


경차·세단·스포츠카 등 망라… 작년 196조 원 매출
매출 5% 반드시 연구 개발 투자… 기술 혁신 선두주자로

《세계적인 스포츠카 제조업체인 포르셰와 유럽 최대의 자동차 제조업체 폴크스바겐이 현지 시간으로 6일 합병 계획을 발표했다.

‘자동차 제국’ 폴크스바겐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9개 자동차 브랜드에 포르셰가 더해져 폴크스바겐그룹의 브랜드 포트폴리오는 더 막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폴크스바겐그룹은 △폴크스바겐 △폴크스바겐 상용차 △아우디 △벤틀리 △부가티 △람보르기니 △스코다 △세아트 △스카니아 등 9개의 자동차 브랜드들을 거느리고 있다. 소위 ‘슈퍼 카’에서부터 대형 트럭에 이르기까지, 모든 라인업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각 브랜드는 고유의 특성을 가지고 시장에서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자동차업계의 세계적인 위기 속에서도 폴크스바겐그룹의 ‘멀티 브랜드 체제’는 빛을 발하고 있다. 폴크스바겐그룹은 지난해 630만 대를 판매해 1138억 유로(약 196조 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다. ‘맏형 브랜드’인 폴크스바겐 승용차는 전체 판매의 58.6%에 해당하는 약 370만 대를 판매해 그룹의 성장을 이끌었다.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에 모두 48개의 자동차 생산 공장을 갖고 있는 폴크스바겐그룹은 150여 개국에 자동차를 수출하고 있으며, 각 나라 공장에서 약 33만 명의 직원이 2만5400여 대의 자동차를 매일 생산한다.

○ ‘인간적인 브랜드’ 지향

폴크스바겐의 시작은 1930년대 페르디난드 포르셰 박사가 독일 국민들을 위한 자동차를 개발한 데서 시작했다. 이때 만들어진 차가 ‘딱정벌레 차’로 친숙한 ‘비틀’이다. 동그란 원 안에 V자와 W자가 새겨져 있는 유명한 엠블럼은 프란츠 사버 라임슈피스가 만들었다. 폴크스바겐은 1965년 아우디의 전신인 아우토 유니온(Auto Union)과 NSU를 합병하면서 독일을 대표하는 자동차 그룹의 형태를 갖춰 나갔으며, 1991년 세아트와 스코다를 인수하면서 멀티 브랜드 전략을 도입했다. 1998년에는 부가티와 람보르기니, 벤틀리를 인수하며 경차와 최고급 세단, 스포츠카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유일한 회사가 됐다. 여기에 대형 트럭 분야에까지 사업 분야를 넓혀 명실상부한 ‘전방위 자동차 그룹’이 됐다.

자동차 전문가들이 꼽는 폴크스바겐의 개성은 ‘개방적이며, 인간적인 브랜드’라는 것. 가식적인 화려함이 없다는 얘기다. 폴크스바겐은 ‘모든 고객이 혁신을 누릴 수 있는 메이저 자동차 브랜드’라는 철학 위에 △모두를 위한 혁신 △인류와 환경에 대한 책임 △고객에게 최고의 가치 제공 등 3가지 핵심 가치를 두고 있다.

한국에는 2000년 4월 고진모터임포트를 통해 처음 수입되었으며, 2005년 1월 1일 폭스바겐코리아가 공식적으로 한국 법인을 설립한 이후 폭발적인 성장을 지속해오고 있다. 올해 1분기 대부분의 수입차 브랜드들이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가운데서도 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해와 비교해 27%가 넘는 판매 신장을 이루며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3월에는 폭스바겐코리아 출범 이후 사상 최대인 724대를 판매해 수입차 판매 순위 2위에 올랐으며, 지난달에는 656대를 판매해 3위를 기록했다.

한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모델은 뉴 비틀, 뉴 비틀 카브리올레, 골프, 제타, 파사트, 파사트 바리안트, 이오스, 티구안, CC, 투아렉, 페이톤 등으로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페이톤과 파사트, 그리고 골프가 특히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다.

○ 끊임없는 기술 투자

폴크스바겐그룹에는 ‘5% 룰’이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매출의 5% 이상은 반드시 기술 개발에 투자한다는 원칙이다. 지난해에도 폴크스바겐그룹은 매출의 5.5%에 이르는 62억 유로(약 10조6834억 원)를 연구개발(R&D) 투자에 쏟아 부었다. 이 같은 막대한 투자는 다양한 새 모델 출시로 이어진다. 폴크스바겐그룹이 지난 한 해 동안 출시한 신(新)모델은 모두 52종이다. 이 같은 R&D 투자가 위기에도 빛을 발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고급 스포츠카에서나 사용되던 더블 클러치 방식의 자동변속기인 DSG를 대부분의 차종에 적용한 것이나, 전자식 차체 제어 시스템인 ESP를 가장 앞서 다양한 라인업에 기본 옵션으로 장착한 것도 ‘모두를 위한 혁신’이라고 폴크스바겐은 주장한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신승영 실내디자인연구소장의 폴크스바겐 페이톤 예찬▼
개성+품위… 나무랄 데가 없어요

“디자이너는 차를 선택할 때에도 자신의 아이덴티티에 맞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폴크스바겐의 페이톤은 품위를 잃지 않으면서도 남다른 개성을 표현할 수 있어 정말 매력적이죠.”

인테리어 디자인 업체 ‘신승영실내디자인연구소’의 신승영 대표(45·여)는 폴크스바겐이 두 가지 점에서 자신과 닮았다고 말했다. 일단 합리적이고 거품을 싫어한다는 점이 통한다. 두 번째 공통점은 ‘당차고 옹골지다’는 것. 여성으로서 전문건설업에 종사하면서 자신이 자주 들었던 이 평가가 폴크스바겐의 페이톤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그는 말했다.

그의 폴크스바겐 사랑은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딱정벌레 차’라는 이미지로 폴크스바겐이 대중에게 알려지긴 했지만 실제 폴크스바겐 차량을 국내에서 접하기는 어려웠던 시절이다. 당시 일본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있던 신 대표는 친구가 타는 ‘골프’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폴크스바겐의 매력에 끌렸다. ‘스포티한 맵시가 있으면서 합리적인 차’라는 게 첫 인상이었다. 그 역시 첫 차로 골프를 택했고 이후 파사트, 페이톤으로 차를 바꾸면서 폴크스바겐 마니아가 됐다.

“가끔 최고경영자(CEO)들 모임이 끝나고 주차장에 가면 온통 검은 세단뿐인데 거기서 진한 블루 컬러의 ‘페이톤 TDI V6’는 단연 군계일학의 자태를 뽐냅니다.”

신 대표는 “디자이너인 만큼 아무래도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되는데 레드에 가까운 오렌지빛의 후미등이 켜지면 진한 블루 컬러의 차체와 너무 잘 어울린다”며 “실내 인테리어도 페이톤만의 오리지널한 감각이 있다”고 평가했다. 기업 대표로서의 품위를 지켜주면서 동시에 디자이너라는 개성을 잘 표현해 주는, 품격과 세련미를 함께 갖춘 선과 색이라는 설명이다.

직업 특성상 지방 출장이 잦지만 강하고 안전한 TDI 엔진 덕택에 마음이 든든하다. 신 대표는 한때 기사를 두기도 했지만 지금은 직접 운전을 하고 있다. 거리를 다닐 때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모으는 것은 덤. 그는 “아쉬운 점은 없느냐”는 질문에도 차량의 단점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국내 인지도가 떨어진다는 점이 아쉽다”며 페이톤 예찬론을 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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