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펀드 복불복?… 상하위 수익률 60%P 차이

  • 입력 2009년 5월 13일 02시 54분


18개월간 수익률 격차 비교해보니
국내주식형은 30%P 브릭스 24%P

최근 국내외 증시가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오히려 펀드 간 수익률 격차가 커지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같은 유형의 펀드에 가입했더라도 일부 펀드는 원금을 거의 회복한 반면 여전히 반 토막 상태인 펀드도 적지 않다.

펀드 전문가들은 글로벌 증시가 등락을 거듭하면서 어느 때보다 펀드 매니저의 운용철학이나 스타일, 위기대응 능력이 펀드 성적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 펀드 수익률 천차만별

펀드 평가기관인 제로인이 순자산 100억 원 이상의 △국내주식형 △중국 △브릭스 펀드의 성과를 비교한 결과 중국형 펀드의 수익률 격차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기간은 국내외 증시가 고점이던 2007년 11월 초부터 이달 8일까지다.

이번 조사 결과 ‘PCAChinaDragonAShare증권투자신탁A-1(주식)Class A’의 수익률은 ―9%대로 비교적 선방했지만 ‘미래에셋차이나 인프라센터증권자투자신탁1(주식)종류A’는 ―69%로 곤두박질쳤다. 같은 시점에 비슷한 중국형 펀드에 투자했더라도 무려 60%포인트의 수익률 격차가 난 것이다.

국내 주식형 펀드 중 한국투자밸류자산의 ‘한국밸류10년투자연금증권투자신탁1(주식)’은 이 기간에 ―14%의 수익률을 보였다. 반면 삼성투신의 ‘삼성우량주장기-Class A’는 ―43%의 수익률에 그쳐 상하위 펀드 간의 격차가 30%포인트나 됐다.

반면 브릭스 펀드는 비교적 수익률 격차가 크지 않았다. 슈로더운용의 ‘슈로더브릭스증권자투자신탁E-1(주식)’의 수익률이 ―35%대로 가장 우수했고 ‘하나UBS파워엔진Brics해외증권투자신탁1(주식-재간접형)’의 수익률은 ―59%였다.

○ 금융위기로 격차 커져

전문가들은 대개 비슷한 유형의 펀드라면 수익률 격차가 최대 20%포인트 내외지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이 격차가 커졌다고 보고 있다. 현대증권 오은수 펀드 애널리스트는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개별 펀드매니저가 손절매를 한 뒤 소형주를 적극적으로 편입했다면 좋은 성과를 냈지만 시장이 안 좋아질 것으로 보고 현금 비중을 늘린 펀드는 최근 증시 회복의 혜택을 보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수익률이 하위권에 몰린 푸르덴셜운용의 국내주식형 펀드들은 사실상 특정 매니저의 주식 선택 취향이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푸르덴셜운용의 허상 주식운용본부장은 “한 명의 매니저가 중국 관련주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가 금융위기 때 큰 손해를 입었다”며 “펀드 포트폴리오의 30%는 매니저가 직접 선택할 수 있어 회사 차원에서 수익률을 관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설정 당시부터 투자범위를 제한하는 바람에 증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펀드도 있다. 2004년 12월 1일에 설정된 ‘삼성우량주장기-Class A’는 시가총액 100위 안에 드는 종목 중 최대 20개 주식에만 투자하게끔 돼 있다. 이 때문에 올해 초 이후 대형주보다 2배 이상 상승한 중소형주들은 아예 편입할 수 없었다. 삼성투신 양정원 주식운용본부장은 “삼성Value주식2형은 가치주라고 하더라도 다양한 주식을 편입할 수 있어 수익률이 회복됐지만 ‘삼성우량주장기-Class A’는 유연성을 발휘할 수 없어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 중국펀드는 환헤지가 수익률 갈라

해외형 펀드는 환헤지 여부가 수익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가장 실적이 양호한 ‘PCAChinaDragonAShare증권투자신탁A-1(주식)Class A’는 환헤지를 하지 않아 원화 대비 위안화 강세의 수혜를 고스란히 챙겼다.

반면 ‘미래에셋 차이나솔로몬펀드’ 등의 성적이 저조한 것은 은행업과 통신업종 비중이 적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미래에셋운용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은행업종이 안 좋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은행주의 주가 상승률이 예상외로 높았고 최근 주가가 많이 오른 차이나모바일의 주식도 상대적으로 적게 갖고 있었던 것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제로인 이수진 연구원은 “중국 펀드는 환 헤지 외에도 상하이나 홍콩증시 중 어디에 투자했는지에 따라 수익률이 엇갈렸고, 브릭스는 중소형 실적주에 투자한 펀드의 수익률이 더 우수했다”고 분석했다.

펀드 간에도 이처럼 수익률 격차가 심하게 난다는 사실이 확인됐으니 당장 수익률이 좋은 펀드로 갈아타야 할까. 전문가들은 단순히 현재 수익률만을 기준으로 무리하게 펀드를 갈아타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당장의 수익률은 좋지 않더라도 자산 규모가 일정 수준이 넘고, 과거 특정기간에 좋은 성과를 냈던 펀드라면 믿고 기다려 보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푸르덴셜운용 허 본부장은 “향후 국내외 증시가 조정을 받거나 대형주 위주로 상승한다면 현재 수익률이 좋지 않은 펀드들이 오히려 좋은 성과를 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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