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 전략기획기능 대폭 보강

  • 입력 2009년 5월 11일 02시 57분


삼성출신 김경원 부사장 영입
CJ경영연구소 본격 가동

CJ그룹이 최근 CJ경영연구소를 본격 가동하며 그룹의 전략기획 기능을 보강하고 있다. 이를 이끄는 CJ의 ‘구원투수’는 김경원 CJ전략총괄 부사장 겸 CJ경영연구소장(50·사진). CJ그룹은 삼성경제연구소 글로벌경영실장(전무)이었던 그를 올 2월 말 영입하면서 대외적으로 인사를 발표하지 않고 조용히 그룹의 내실을 다졌다. CJ그룹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지난해 6월 당시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였을 때 골드만삭스는 2009년 유가가 2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했다. 이때 삼성경제연구소 전무였던 김 소장은 유가가 60달러 선으로 급락할 것이라 했고, 이 전망은 들어맞았다. CJ가 그를 ‘모셔온’ 이유 중 하나다.

현재 CJ그룹이 처한 가장 큰 위기는 환율을 비롯한 대외경제 여건이다. 원-달러 환율을 1200원대로 맞춰 사업을 추진하던 CJ그룹은 올해 초 환율이 1600원대에 육박하자 ‘패닉’ 상태에 빠졌다. 그룹 주력사인 CJ제일제당의 올해 곡물 수입 예상금액이 6억8000만 달러(약 8500억 원)나 되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 아무리 각종 경비를 절감해도 환율 추이에 따라 수천억 원 규모의 환 리스크에 노출되는 사업구조다. 최근엔 인도 등 개도국 설탕 수요가 늘어나면서 설탕 원료인 원당 가격도 치솟았다. 최근 이 연구소엔 삼성경제연구소 출신의 자원·곡물 전문가인 오승구 박사도 합류했다.

CJ그룹은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사업보국(事業報國)’ 정신을 이어 문화강국의 기치를 내세우며 식품, 생명공학, 신유통, 엔터테인먼트&미디어 등 4대 사업군의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소프트’가 대세인 요즘 ‘21세기형’ 포트폴리오와 우수 인력을 갖췄지만 그동안 최고경영자(CEO)를 돕는 브레인 집단이 약해 기업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다는 게 김 소장의 분석이다.

그래서 CJ경영연구소는 요즘 ‘신종 인플루엔자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그룹의 대응’, ‘국제 곡물가격 동향 및 전망’ 등의 보고서를 매주 2, 3개씩 쏟아내고 있다. CJ그룹 임원들은 “국내외 경영여건을 발 빠르게 분석해줘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1990년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신경영’과 요즘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강조하는 ‘온리 원(Only-One·세상에 하나뿐인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라는 것)’은 일맥상통한다”며 “현재 15명인 CJ경영연구소 인력을 연말까지 30명으로 확충해 국내 1등 민간연구소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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