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단기자금 과잉 우려… 모니터링 강화”

  • 입력 2009년 5월 8일 02시 56분


“경기회복 예단 어려워, 재정확대는 당분간 유지”

정부가 800조 원으로 추정되는 단기 유동성이 부동산 등으로 몰려 자산가격을 과도하게 부풀리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시중자금 흐름을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다만 일부 경기지표의 호전에도 불구하고 민간 부문의 경제활동은 여전히 부진하다고 판단해 재정지출을 늘리는 확장적 거시경제 정책을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7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고 “정부의 신용보증 확대 등 자금경색 해소 노력에 힘입어 금융시장이 점차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취약성이 존재한다”고 현재의 경제상황을 진단했다. 윤종원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전반적인 논의의 톤은 ‘시중에 자금이 많다’는 것”이라며 “일부 자금이 금융과 자산시장에 돌고 있는데 이런 것들이 정상적인 수준으로 가는지에 대한 판단은 아직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시중에 자금이 많이 풀려 유동성 과잉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있고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이 적지 않은 점을 감안해 시중자금 환수와 같은 조치는 취하지 않을 방침이다. 시중에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을 빨아들이는 ‘출구전략(Exit Strategy)’은 경기회복이 가시화된 뒤에나 추진하고 당분간은 자금 흐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선에서 대응하기로 했다.

정부는 전반적인 경제상황에 대해서도 “경기급락세가 진정되고 있으나 회복강도가 아직 약하고 대외 여건이 불확실해 경기회복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단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 대통령도 “외환위기 때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그런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며 ‘조기 회복론’을 경계했다.

정부가 신중한 자세를 취한 것은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인 몇몇 경기지표로 인해 일각에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과도하게 형성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월 대비 광공업 생산이 최근 3개월 연속 증가하는 등 긍정적 지표가 이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 등 거시정책의 효과 때문이지 본격적인 경기회복의 징후로는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윤 국장은 “올 1분기(1∼3월)에 정부 부문이 경제성장률에 1.5%포인트 기여했지만 민간 부문의 기여도는 ―5%포인트로 부진해 작년 동기 대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4.3%에 머물렀다”고 설명했다. 정부 지출효과 등을 뺀 민간 부문의 자생적 경기회복 능력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뜻이다. 기업과 가계의 부채비율이 선진국보다 높은 점도 경기회복을 낙관할 수 없는 대목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 부채비율은 112.8%로 미국(77.0%) 일본(102.1%)보다 높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민간 부문이 자생적인 경기회복력을 보일 때까지 예산을 조기에 집행하고 추가경정예산을 차질 없이 집행하는 등 현재의 정책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편 정부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고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노력을 지속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노동유연성 문제는 올해 말까지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국정 최대 과제”라며 “이번 세계 경제위기 속에서 노동유연성 문제를 개혁하지 못하면 (한국은) 국가 경쟁에서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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