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권도 ‘자본확충 스트레스’

  • 입력 2009년 5월 7일 02시 56분


美은행‘스트레스 테스트’발표 앞두고 후폭풍 우려

코스피가 장중 1,400 선을 넘은 6일 오전 금융위원회 도규상 금융시장분석과장은 해외 동향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단말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미국 대형 은행 중 절반 이상이 자본을 추가로 쌓아야 하는 상황이라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전날 보도가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 정부의 실제 발표 내용에 따라 국내에 불안심리가 커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미국 재무부가 8일 오전(한국 시간) 발표할 예정인 미국 내 19개 대형 은행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국내 금융당국과 금융회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테스트 결과가 부정적인 것으로 나오면 안정세를 보이던 증시와 외환시장이 다시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 다시 불거진 미국발(發) 불안요인

WSJ는 5일 “미국 재무부의 스트레스 테스트를 받은 19개 대형 은행 중 10곳이 자본 확충 지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은행의 자본 건전성을 평가하는 지표인 단순자기자본비율(TCE) 분석에서 절반 이상이 자본을 더 쌓아야 하는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는 뜻이다. 6일에는 뉴욕타임스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339억 달러 규모의 자본 확충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씨티그룹도 50억∼100억 달러의 추가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정부로부터 통보받았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달 24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9개 대형 은행이 적정한 자본을 갖고 있다”고 발표한 것과 뉘앙스가 달라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키웠다. 금융 전문가들은 미국 은행의 자본 확충 규모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이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 대다수 은행의 자본 확충금액이 수백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면 국내 은행도 자본을 더 쌓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가 3월 국내 은행의 TCE 비율이 지난해 6월 말 6.4%에서 2010년 말 4.0% 수준으로 급락할 것이라고 했던 추정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은행들도 미국발 금융위기가 재연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자체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의 리스크 담당 부행장은 “경제성장률과 실업률 등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때를 가정해 테스트를 한 뒤 부실에 대비한 충당금을 얼마나 쌓아야 할지를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 금융 당국, 발표 내용에 촉각

금융 당국은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보다 국내 은행의 건전성이 훨씬 높은 만큼 미국 은행에 대한 자본 확충 여부가 국내 은행에 직접 영향을 주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국은 국내 은행의 자본 건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미국 정부가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발표할지 주목하고 있다. 미국이 은행별 테스트 결과를 상세히 밝힐 경우 국내에서도 올 2∼3월 금융감독원이 국내 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한 테스트 결과를 공개하라는 요구가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스트레스 테스트

경제성장률이나 실업률 등이 나빠졌을 때 은행들이 이런 상황을 얼마나 잘 견딜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 미국 정부는 이 테스트 결과를 토대로 은행이 추가로 확충해야 하는 자본의 규모를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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