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車 “위기 몰려오기 전에…”

  • 입력 2009년 5월 6일 02시 58분


환율 착시효과 주춤

피아트 등 경쟁회사

시장 공략에 적극적

강세 보이던 소형시장

아우디-벤츠도 합류

외제차 유입도 거세

‘위기는 이제부터?’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비교적 선방했던 현대·기아자동차의 위기가 비로소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실적을 떠받쳐 온 외부 효과는 사라지고 있는 데다 경쟁업체들은 대형 인수합병과 구조조정으로 칼을 갈고 있기 때문이다.

○ 연말 환율 하락 전망

현대자동차는 올해 들어 4월까지 국내외 시장에서 86만579대를 팔았다. 지난해 1∼4월 판매량 97만5964대에 비하면 11.8% 감소했지만 미국 자동차 회사들의 판매가 지난해에 비해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미국 내 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평균 2.7%에서 올해 1분기 4.3%로 올렸다. 기아자동차는 올해 4월까지 39만9200대를 팔아 지난해 1∼4월 판매 실적 46만6947대에 비해 판매량이 14.5% 줄었다. 내수는 지난해 1∼4월 10만1824대에서 올해 같은 기간에는 10만8146대로 오히려 늘었다.

그러나 이 같은 성적에 대해 “현대·기아차의 경쟁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자동차 전문가는 거의 없다. 가장 큰 요인은 그보다 지난해 3월 초에는 달러당 900원대이던 원-달러 환율이 올해 3월 초에는 연중 최고치인 1570.3원까지 올라갔을 정도로 환율 효과가 컸다는 점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문제는 이 같은 환율 효과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점. 국제 금융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최근 달러당 원화 환율은 1200원대까지 떨어졌고,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환율이 1000∼1100원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내리는 것은 영업이익에 1000억 원가량의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 경쟁사들은 칼날 세워

해외 경쟁 자동차기업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크라이슬러에 이어 GM 유럽 사업부문 인수를 추진 중이라고 밝힌 피아트는 계획대로 몸집 불리기에 성공할 경우 소형차에서 중대형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까지 풀 라인업을 갖추면서 현대·기아차의 막강한 경쟁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둥펑자동차, 지리자동차도 볼보와 사브 등 글로벌 브랜드와 인력을 인수해 단숨에 글로벌 업체로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소형차 시장에서는 아우디, BMW, 벤츠 등 그동안 고급 브랜드를 지향해 왔던 메이커들이 앞 다퉈 신차를 쏟아내고 있고, 인도 타타모터스는 초저가 차량 ‘나노’를 앞세워 치고 나올 기세다. 올해 10월에는 3000만 원 안팎의 하이브리드 차량인 도요타의 ‘프리우스’와 혼다의 ‘인사이트’가 한국 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어서 현대·기아차는 나라 안팎에서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할 처지다.

강철구 자동차공업협회 이사는 “자동차업계가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속에서 현대·기아차가 소형차 부문의 강세와 환율 효과 덕을 본 것은 사실”이라며 “연구개발 투자와 노사 화합으로 경쟁력을 확보해 경기 회복기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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