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볕들자 바빠진 개미들…장외거래-파생시장도 북적

  • 입력 2009년 4월 27일 02시 58분


상장직후 대박 노리고 공모예정주식 돈 몰려
ELW 거래액 사상최고…급락 가능성도 대비를

“장외(場外)주식 초보인데 오늘 티플랙스 100주 매수했습니다. 한 주라도 더 사고 싶은데 파실 분 계신가요?”

금속가공제품 생산업체인 티플랙스의 상장(上場)을 하루 앞둔 22일, 한 장외주식 중개 사이트의 게시판에는 시세를 문의하는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티플랙스는 3월 초만 해도 장외에서 3000원대에 거래됐고 거래량도 많지 않았지만 공모주 투자 열풍을 타고 주가가 올라 상장 직전인 22일엔 7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증시 급락기에 잔뜩 공포에 질렸던 개인투자자(개미)들이 최근 제도권 증시뿐 아니라 장외 주식시장이나 회사채, 리스크가 큰 파생상품 시장에도 뛰어들고 있다. 모처럼 찾아온 증시 상승기를 맞아 개미들이 금융위기 이전에나 볼 수 있던 투자패턴으로 복귀하는 양상을 보인다.

○ 개인 투자문의 3∼4배 급증

장외주식이란 코스피나 코스닥 시장에 상장되지 않은 회사의 주식이다. 따라서 주식을 사고팔려면 당사자들끼리 직접 접촉해 가격을 흥정해야 한다. 이처럼 위험이 큰 시장에도 개인들이 뛰어드는 것은 장외시장에 있다가 상장되면서 ‘대박’이 나는 사례가 자주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상장한 네오피델리티는 장외에선 공모가(4500원)보다 약간 비싼 6000원대에 거래됐지만 상장 후 연일 상한가를 치며 약 보름 만에 3만5000원대로 뛰어올랐다.

장외주식정보 제공업체인 프리스닥의 정인식 대표는 “상장 직후 대박을 노리고 투자하려는 개인투자자의 문의가 연초와 비교해 3, 4배 늘었다”며 “공모주에 투자하려는 일부 펀드매니저나 투자자문사까지 시세를 문의할 정도”라고 전했다. 장외주식 중개업체인 38커뮤니케이션의 기업공개(IPO)담당 박정임 씨는 “상장 직후 폭등을 기대하고 주식을 팔지 않는 투자자가 많아 새로 사고 싶어도 원하는 가격에 살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 리스크 염두에 둬야

대기업들이 주로 발행하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도 개인투자자들이 지대한 관심을 보인다. 최근 기아차가 발행한 BW는 워런트(주식인수권) 행사가격이 6880원인 데 비해 24일 종가는 1만250원이나 된다. 워런트를 떼어내 당장 사고팔아도 40% 이상의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이처럼 높은 투자수익이 기대되면서 기아차 코오롱 아시아나항공 등 3개사가 발행한 BW에만 2조 원이 넘는 개인 청약자금이 몰렸다.

반등장이 이어지면서 주식워런트증권(ELW)도 거래가 활발해졌다. 일평균 거래대금이 전달 6147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데 이어 이달도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다. ELW는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으로 개인이 전체 거래의 60%가량을 차지한다.

그러나 이 같은 공격적인 투자의 이면에는 수익률만큼 높은 위험(리스크)이 도사리고 있다. 장외주식의 경우 상승장에서는 주가에 거품이 생길 가능성이 크고, 금융당국이 공인한 시장이 아니다 보니 돈을 떼이는 사고도 종종 발생한다. ELW는 주가가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언제든지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고, BW는 경쟁률이 워낙 높아 개인들의 청약 자체가 쉽지 않다.

KB투자증권 변준호 파트장은 “최근 상장만 하면 ‘무조건 상한가’라는 학습효과가 생겼지만 이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시장 환경이 급반전하면 기업 가치에 대한 분석이 미흡한 새내기 주의 주가는 언제든 급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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