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클리닉]자동차 부품 생산 태양플라스틱

  • 입력 2009년 4월 24일 03시 01분


기본적인 매출 - 이익 데이터도 없어

경영의 기본은 ‘숫자’… 시스템 개선을

“올해 4월까지 태양플라스틱은 어느 정도 흑자를 내고 있습니까?”

“….”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협력센터의 이종성 자문위원은 2007년 4월 조언을 요청한 인천 남동구 고잔동 태양플라스틱을 방문하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회사 경영진 중 어느 누구도 정확한 회사 매출이나 영업이익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태양플라스틱은 2007년 기준 연매출 40억 원대의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 납품업체다. 당시 본격적인 자동차 시장 호황을 맞아 투자를 시작해야 하는 시점에 기본적인 데이터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있었다.

이 위원은 “처음 태양플라스틱을 방문했을 때 생산 현장이 흐트러졌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회사 현황을 알 수 있는 데이터를 만드는 일과 생산 현장 정돈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고 말했다. 회사의 경영 상태는 건실해 재무 구조는 손대지 않았다.

○ 회사에 대한 데이터는 경영의 기초

우선 회사의 데이터를 만드는 일부터 시작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태양플라스틱은 매년 회계사무소에서 보고받는 회계 결과 외에는 특별히 회계 자료를 만들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현장 인력에게 회사 상황을 물어봐도 “작년보다는 좋다” “주문이 많이 늘었다”는 추상적인 대답만 돌아왔다.

이 위원은 즉시 회사를 분석할 수 있는 경영현황 표를 만들었다. 짜임새 있는 회계 서류가 아니더라도 매일 달라지는 매출과 인건비, 재료비, 경비 등을 상세하게 기록해 경영연도가 시작되는 날부터 당일까지 회사의 현황을 한눈에 파악하도록 했다. 이를 토대로 김정애 사장 등 회사 경영진이 월말에 회사 경영을 위한 회의도 열었다.

이 위원은 “국내 중소기업들은 회계라고 하면 어렵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연말에 결산하는 정식 회계표가 아니더라도 최소한 지금까지의 경영 환경을 파악할 정도로 매출과 이익은 항상 체크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회사 측에서도 구체적인 현황 파악이 경영에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김정애 사장의 아들인 김기영 이사는 “자문위원들의 조언을 듣고 회사를 관리하는 가장 중요한 데이터가 ‘숫자’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생산 현장의 보고도 명확한 숫자로 하는 등 회사 경영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 밖에 흐트러진 생산 현장 관리도 시작됐다. 생산 관리나 품질 향상을 위해서는 결국 생산 현장 정돈과 생산성 향상이 필요했다. 이 위원은 “제조업은 결국 생산성 향상을 통해 좋은 물건을 많이 만들어 내는 것”이라며 “현장을 항상 관리하고 회사의 인력과 자원을 생산성 향상에 투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가장 중요한 것은 경영자 의지

태양플라스틱의 자문에 응한 중소기업협력센터 자문단들은 하나같이 회사 경영진의 ‘의지’를 높이 평가했다. 중소기업 경영은 최고경영자 한 사람에게 주로 의존하다 보니 회사를 바꾸겠다는 경영자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다.

태양플라스틱은 어머니 김정애 사장과 아들 김기영 이사가 꾸려가고 있었다. 이들이 경영 초반에는 실수가 잦았지만 경영자로서 실수를 줄이고 주위에 귀를 열었던 것이 경영 개선에 가장 큰 원동력이 됐다.

이 위원은 “아무리 열심히 조언을 하더라도 경영자에게 자질과 의지가 없으면 회사는 영원히 바뀌지 않는다”며 “김기영 이사는 모든 것을 하나하나 메모하며 경영에 반영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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