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말 펀드 평가액 1人 1200만원 줄어

  • 입력 2009년 4월 9일 03시 05분


■ 전국 1376명 실태조사

#1 회사원 조현정 씨(28·여)는 2007년 3월 펀드 투자를 처음 시작했다. 5개의 펀드를 시작으로 코스피가 2,000을 넘은 그해 10월 4개의 펀드에 추가로 가입했다. 조 씨는 국내 펀드는 물론 중국, 인도, 일본 펀드 등 모두 9개의 펀드에 매달 80만 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국내외 증시 하락으로 펀드 손실이 커지자 지난해 8월 펀드 적립을 중단하고 은행 정기적금과 국공채 펀드로 갈아탔다.

#2 자영업을 하는 이영진 씨(51)는 2007년 10월 중국 펀드에 가입했다. 한 달에 200만 원씩 부었지만 지난해 하반기에 원금이 반 토막 나자 60%가량 손해를 보고 환매했다. 새로운 투자처를 물색하던 이 씨는 100만 원은 국내 펀드에, 나머지 100만 원은 저축은행의 적금에 넣고 있다.

한국투자자교육재단이 지난해 12월 한 달간 전국의 펀드투자자 1376명을 대상으로 펀드 투자 실태를 조사한 결과 2008년 말 현재 펀드평가액은 2007년보다 1인당 평균 1200만 원가량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등 신흥국 증시의 급락으로 인한 투자손실을 경험하면서 선호하는 펀드 유형도 해외 펀드에서 국내 펀드로, 주식형 펀드에서 혼합형 펀드로 바뀌고 있다.

○ 펀드평가액 1년 만에 1210만 원 줄어

설문 결과에 따르면 2008년 말 현재 펀드투자자의 펀드 평가액은 평균 1628만 원으로 2007년 조사 때 2838만 원보다 1210만 원이나 줄었다. 응답자의 91.9%가 원금이 깨진 상태라고 답했다. 보유 펀드 수도 2007년 평균 3.1개에서 2.7개로 감소했다. 국내외 증시 하락으로 보유 펀드 손실률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나자 추가 손실을 우려해 환매한 투자자가 많기 때문이다.

향후 펀드 투자 의향을 묻는 질문엔 38.7%가 ‘지금과 같이 하겠다’고 답했지만 ‘원금 손실의 위험 때문에 펀드 투자를 그만두겠다’(12.6%), ‘투자금액을 줄이겠다’(26.3%)는 답변도 많았다. 2007년 조사에서는 펀드 투자를 계속하겠다는 답변이 51.4%나 됐고 펀드 투자를 그만둘 것이라는 응답은 1.4%에 불과했다. 우재룡 동양종합금융증권 상무는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 성향은 주가 상승과 하락에 따라 수시로 변한다”며 “합리적으로 투자하는 투자 문화가 취약하기 때문에 유행에 휩쓸리기 쉽다”고 말했다.

○ 국내형, 혼합형 펀드 선호도 상승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해외 펀드에 대한 선호도는 급격히 감소한 반면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에 대한 호감도는 높아졌다. 한국투자자교육재단이 2007년에 조사했을 당시 51.2%였던 해외 펀드 투자비중은 2008년 46.7%로 낮아졌지만 82.3%였던 국내 펀드 투자비중은 89.5%로 증가했다.

향후 어떤 펀드에 투자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엔 국내 펀드(70.3%)가 해외 펀드(17.2%)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주식형 펀드에 가려 비교적 국내 투자자들의 환영을 받지 못했던 혼합형 펀드와 채권형 펀드에 대한 선호도도 눈에 띄게 높아졌다. 향후 투자하고 싶은 펀드로 주식과 채권에 골고루 투자하는 혼합형 펀드를 고른 답변이 46.4%로 주식형(38.7%)보다 많았다. 2007년 조사에선 주식형 펀드에 대한 선호도가 40.1%로 혼합형(34.4%)보다 높았다. 채권형 펀드에 대한 선호도도 4.3%로 1년 만에 두 배가량 높아졌다.

굿모닝신한증권 이계웅 펀드리서치팀장은 “2008년 주식시장 거품 붕괴를 겪으면서 투자자들이 적절한 분산투자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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