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상조업체 4곳 중 3곳 재무부실

  • 입력 2009년 4월 9일 03시 01분


20%는 부채 빼면 자산없어… 파산땐 한푼도 못받아

상조업체 4곳 중 3곳은 재무상태가 부실해 파산했을 때 고객들이 낸 돈 가운데 75% 미만의 돈만 돌려줄 수 있으며, 5곳 중 1곳은 한 푼도 돌려줄 능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에게서 매달 일정액을 받았다가 장례, 결혼 때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조업체에는 전국적으로 300만 명 정도가 가입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월 전국의 상조업체 224곳을 대상으로 서면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고객 납입금 대비 순(純)자산 비율이 75%에 못 미치는 업체가 167곳(74.6%)으로 집계됐다고 8일 밝혔다. 100만 원을 냈다가 업체가 파산하면 75만 원 미만의 돈만 돌려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공정위 당국자는 “자산에서 순수 부채(고객납입금 제외)를 뺀 순자산이 아예 없어서 파산했을 때 고객이 돈을 한 푼도 찾아갈 수 없는 업체도 20.1%나 됐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와 관련해 실태조사를 위한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은 상조업체 138곳을 현장조사하고 있다.

공정위는 재무 건전성이나 고객 납입금 운용 등에 대한 법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상조업체들이 납입금을 자의적으로 운용하다가 손해를 보면서 부실해진 업체가 많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고객 유치 경쟁 과열로 모집인에게 주는 수당이 높아진 것도 상조업체 부실을 키운 요인으로 지적됐다. 공정위 당국자는 “회원 납입금의 10∼20% 수준이던 모집인 수당이 최근에는 40∼50%까지 치솟았다”고 설명했다. 일부 상조업체는 연예인을 모델로 내세운 광고 등을 통해 가입자를 모은 뒤 신규 가입자가 낸 돈으로 기존 가입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공정위는 파악했다.

현재 국회에는 상조업체가 받은 납입금의 50%를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금융회사에 의무 예치하고, 자본금 3억 원 이상인 업체만 영업할 수 있도록 하는 할부거래법 개정안이 제출돼 있다. 순자산이 납입금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 상조업체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이 법이 시행되면 상당수 업체는 폐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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