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서 불황속 재개업 ‘체대 입시학원’ 경영 진단

  • 입력 2009년 3월 18일 03시 00분


“실기外 학습-생활지도로 차별화

수강생 없는 시간 체육관 활용을”

체대 입시학원을 운영하던 이아성 씨(39)는 2007년 5월 갑자기 쓰러졌다. 학부모 상담 중에 팔이 뒤틀리고 다리가 풀리더니 의식을 잃었다. 뇌중풍(뇌졸중)이었다. 이 씨는 40여 일 만에 병원 중환자실에서 간신히 깨어났다.

1년간의 재활 노력 끝에 몸을 추슬렀다. 하지만 많은 것이 달라졌다. 수강생이 떠나 텅 빈 학원과 감당하기 힘든 병원비가 그를 기다렸다.

경기도 나빠졌다. 태권도 국가대표 상비군, 격투기 세계 챔피언 출신 학원장으로 한 달에 4000만 원 이상 벌던 이 씨였지만 더는 버틸 수 없었다. 지난해 5월 12년간 운영했던 학원의 폐업신고를 했다.

“자식처럼 아끼던 실기테스트 장비도 고물이나 다름없는 값에 넘겼어요. 피눈물이 났죠. 그 후 택배회사 기사, 대리운전 기사, 건설 일용직 등 안 해 본 일이 없습니다.”

1992년 전경으로 복무하던 중 시위 진압 과정에서 허리를 다쳐 태권도 선수 생활을 접어야 했을 때도 이렇게 허망하진 않았다.

이 씨는 17년 전 그랬던 것처럼 다시 일어섰다. 올해 초 경기 광명시 광명4동에 체대 입시학원 ‘베스트 아카데미’를 다시 열었다. 지인들의 도움으로 세를 얻고 하나희망재단에서 2000만 원의 무담보 소액신용대출(마이크로크레디트)을 받아 실기테스트 장비를 장만했다.

‘2009 함께하는 희망 찾기-탈출! 가계부채’ 캠페인을 공동으로 펼치는 동아일보와 하나은행은 이 씨의 재기를 돕기로 했다. 윤승병 하나은행 소호영업부 차장, 이현구 하나희망재단 경영자문위원, 한상만 서울시 영등포소상공인지원센터장이 12일 이 씨의 학원을 찾았다.

하나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자영업자 사업성 진단모델을 개발해 이 씨 학원의 사업성을 분석했다. A4용지 3장 분량의 평가 보고서가 나왔다. 입지는 중위권 정도의 상권이지만 3.3m²당 매출액이 아직은 유사업종 평균을 밑돈다는 진단을 받았다.

윤 차장은 “학원생이 없는 시간에 체육관을 활용해 매출을 늘릴 필요가 있다”며 “과다한 투자는 사업 효율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신규 투자는 되도록 줄여야 한다”고 진단했다. 한 센터장은 “전봇대에 광고전단을 많이 붙여도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학부모나 수강생의 입소문이 마케팅에는 더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은행 지점장 출신의 이 위원은 “이 씨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강의가 없는 시간에 장애아동의 재활치료 자원봉사를 하는 것을 보고 감탄했다”며 “매출과는 당장 관련이 없지만 지역사회와 밀착하려는 노력은 장기적으로 큰 보상이 따를 것”이라고 격려했다.

이 씨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체육실기 외에도 모의고사 등을 통한 학습지도와 철저한 생활지도를 다른 학원과의 차별화 포인트로 삼겠다고 했다.

“하늘에 뜻이 닿아 다시 일어섰어요. 멋지게 재기해 도와주신 분들에게 빚을 갚고 저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겁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