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달아올랐던 부동산 경매 주춤… 지금 뛰어들까 말까

  • 입력 2009년 3월 16일 02시 52분


기다리는 자에게 기회가 오리니…

가격에 ‘0’ 더 쓰고… 입찰표 수정…

치열한 경쟁에 초보들 실수 연발

하반기나 돼야 좋은 물건 쏟아질 듯

실수요자는 3회이상 유찰 알짜 공략



올해 1, 2월 서울과 인천을 중심으로 경매 열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평균 응찰자 수(아파트 기준)는 서울이 11.2명, 인천은 12명으로 지난해 2월보다 각각 3.6명, 4.7명이나 늘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물건을 낙찰받기 위해 높은 가격을 써낸 사람들이 늘어나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도 뛰었다.

경매전문가들은 올해 경매시장이 달아오른 것은 경기 침체로 질 좋은 물건이 많이 쏟아져 나온 데다 여러 번 유찰돼 입찰 최저가가 낮아지면서 입찰에 뛰어든 사람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이는 가격 하락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며 부동산 경기가 V자로 급반등하기는 어려운 만큼 조급하게 경매에 뛰어드는 것은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실제 3월 들어서는 응찰자 수가 줄어드는 등 열기가 꺾이는 추세다.

○ 입찰과정 실수 올해 유난히 늘어나

올해 들어 경매 법정에서는 웃지 못할 실수가 많이 발생했다.

5일 열린 경매에서 인천 남구 문학동의 다세대 주택(전용면적 103m²·31평)은 무려 12억 7300만 원에 낙찰됐다. 이는 감정가(1억8000만 원)의 7배나 되는 액수로 낙찰자가 입찰최저가(1억2600만 원)보다 조금 높은 1억2730만 원을 쓴다는 것이 실수로 ‘0’을 하나 더 붙인 것으로 추정됐다. 이렇게 되면 써낸 가격을 내고 집을 인수하거나 보증금(통상 입찰최저가의 10%·이 집은 1260만 원)을 포기해야 한다.

서울에서도 성동구 행당동 다세대 주택 입찰에서 최고가를 적어낸 사람이 볼펜으로 수정한 입찰표를 내 무효처리됐다. 입찰표는 줄을 긋고 임의로 다시 쓰거나 수정액을 사용해서는 안 되며 반드시 새 입찰표를 작성해야 한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입찰에서도 최고가를 적어낸 사람이 사건번호 뒤의 물건번호를 쓰지 않아 무효가 됐다.

지지옥션 장근석 매니저는 “지난해와 달리 올해 들어 경매 입찰 과정에서 실수하는 사례가 경매일마다 한두 차례씩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경매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초보자들이 많이 뛰어든 데다 경쟁이 치열해지자 마음이 조급해진 사람이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 “투자 목적이라면 하반기 노려라”

1, 2월과 달리 이달 들어 경매시장의 열기는 주춤해지고 있다. 이달 들어 13일까지 평균 응찰자 수는 서울이 7.2명, 인천은 9.7명으로 지난달(11.2명, 12.0명)보다 크게 줄었다.

경매전문가들은 1, 2월에 나타난 현상만 보고 입찰가를 높게 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법무법인 산하 강은현 실장은 “경매시장이 단기에 크게 출렁이다 보니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생각에 조바심을 내는 응찰자가 적지 않다”며 “이달 들어 시장이 가라앉고 있는데도 여전히 입찰 가격을 높게 써내 낙찰받으면 낙찰가가 시세보다 높아져 손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1, 2월의 경매시장 활황세는 가격 하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이어서 이 기세는 3월을 기점으로 꺾여 남은 상반기 내내 차분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강 실장은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면서 지난해 말부터 경매에 넘어가는 물건이 늘어나 올해 하반기부터 질 좋은 물건이 많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투자 목적이라면 일단 시장 흐름을 살피며 하반기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고 실수요자라면 지금부터 시장조사에 나서 원하는 지역에서 3회 이상 유찰돼 가격이 크게 떨어진 알짜 물건을 적극적으로 노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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