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운하, 서울~중국 뱃길 못 연다

  • 입력 2009년 2월 24일 13시 47분


<신동아> 검증 결과 보도

정부가 2조2500억원을 들여 올해 착공하는 경인운하는 정부 발표와 달리 서울~중국 간 뱃길을 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신동아’ 3월호가 보도했다. 이 잡지는 독자적 취재를 통해 정부가 ‘경인운하용 중국행 배’를 실제로 제시하는지 검증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1월 ‘경인운하사업계획’ 보고서에서 “경인운하 개통 후 서울(용산)-중국 직항 국제여객선(5000톤급)과 4000톤급 RS선이 운항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연간 105만 명의 여행객(1월5일 정책브리핑)과 97만TEU(보고서)의 화물을 운송하게 된다”는 것이 국토부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이 발표 이후 일부 시민단체와 해운업계 일각에선 “폭(80m)이 좁고 수심(6m)이 얕은 경인운하를 교행으로 통과하려면 배의 규모를 줄여야 하는데 이런 배로는 높은 파도를 헤치고 나가야 하고 여객과 화물을 대량으로 수송해야 상업성이 보장되는 서울~중국 간 원거리 항해에 기술적 어려움이 크고 경제성도 없다”는 반론이 제기되어 왔다.

이와 관련해, 국토해양부 운하지원팀 박병언 사무관은 ‘신동아’ 전화 인터뷰 녹취에서 “국토부에서는 중국까지 갈 수 있는 5000톤급 여객선을 찾았나”라는 질문에 “저희가 그런 배를 딱 잡고 그런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박 사무관은 “거기(서울~중국 여객선)에 대해서는 비용과 편익을 봐서 경제성이나 그런 부분이 고려가 안 되게 되어 있다. (운하) 시설에 대한 (중국행 여객선의) 편익이 발생할 텐데 그걸 낮게 봤다”고 설명했다.

경인운하의 중국행 화물선으로 발표된 바다하천겸용선박인 RS(River-Sea)선과 관련해 국토부 수자원정책관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유럽의 경우 운하와 바다를 통해 국가와 국가간 물동량이 많이 이동하고 있다”고 유럽 사례를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네덜란드 정부가 RS선 활성화를 위해 투자한 기관인 SPC(SHORTSEA PROMOTION CENTRE HOLLAND)의 보고서(A4 25매)는 RS선에 대해 “단거리 해운(one of the forms of shortsea transport)이라고 밝혔다. 이 보고서 지도 자료(사진 참조)에 따르면 RS선은 네덜란드, 벨기에, 영국, 프랑스, 독일, 스웨덴, 포르투갈, 핀란드에서 운항실적을 갖고 있는데 모두 육지에 인접한 해안과 강을 오가는 정도로 운항거리는 수십km에 불과했다. 경인운하사업의 경우 서울~중국 노선은 600km 이상으로 최고 10배가 넘는다. 정부가 발표한 ‘경인운하용 중국행 화물선’인 RS선은, 이 배가 가장 상용화된 네덜란드와 유럽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서울~중국 구간과 같은 먼바다 항해실적이 없는 선박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국토부 측은 “요트같은 경우도 중국까지 못가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해운 관계자는 “중국까지 가느냐, 못가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게 문제”라고 했다. 정부는 그간 네덜란드 DHV사의 ‘경인운하 타당성 충분’ 용역결과를 보고서에 인용하는 등 경인운하 추진과정에서 네덜란드 자료를 중요 근거로 제시해왔다.

‘신동아’는 “정부는 사람과 물자의 서울~중국 수송을 가능하게 해줄 여객선과 화물선을 사실상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경제성이 낮아 운항하지 못할 수도 있음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인운하사업에 착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 잡지는 양양 공항, 무안 공항, 울진 공항 등의 실패사례를 열거한 뒤 “만의 하나 경인운하가 실패할 경우 그 여파는 지방공항의 사례와는 비교도 안 되게 심각할 것이다. 막대한 국비를 쏟고, 국내외 언론에 대대적으로 홍보했으며, 국가의 중심이자 2000만 명이 거주하는 수도권 한복판에 정부의 대표사업으로 상징화해 운하를 만들었는데 정작 배를 제대로 못 띄운다면 이는 여간 ‘나라 망신’이 아니다. 정부는 서울~중국 운항이 가능한 여객선과 화물선 선박의 구체적 제원을 제시하고 타당성을 입증하든지 아니면 중국행은 접어야 한다. 운하 찬성론자 사이에서도 ‘경인운하 기능을 서울과 서해 연안을 잇는 연안 해운-레저에 국한하자’는 얘기가 나온다”고 덧붙였다.

허만섭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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