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원 마일’ 확보에 성패 갈려

  • 입력 2009년 2월 17일 02시 55분


反KT “필수설비, 합병전 분리를” vs KT “대체수단 많다” 입씨름 왜?

KT와 KTF의 합병을 놓고 통신업계가 KT와 ‘반(反)KT 진영’으로 나뉘어 입씨름을 벌이고 있다.

이 논쟁의 핵심 쟁점은 KT가 보유한 통신 필수설비가 불공정 경쟁을 야기할 여지가 있느냐이다.

SK텔레콤 등 경쟁업체들은 “필수설비를 독점하고 있는 KT를 도저히 이길 수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반면 KT는 “경쟁업체들의 주장은 KT의 발목을 잡기 위한 것으로 대꾸할 가치조차 없는 억지”라고 일축한다.

필수설비가 무엇이기에 연매출 수조 원이 넘는 통신 대기업들이 사운(社運)을 건 싸움을 벌이는 것일까.

○필수설비=‘마지막 1마일’

필수설비란 △각 지역의 전화국(교환국)에서 각 아파트의 통신실이나 단독주택까지 연결된 구리선 및 광케이블 △지하에 매설된 통신 관로 △지상에 세워진 전주 등을 말한다.

전국 곳곳을 지하의 관로나 지상의 전주를 통해 거미줄처럼 연결한 이 통신망 없이는 각 가정의 가입자에게 전화, 초고속인터넷, 인터넷(IP)TV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 불가능하다.

이는 통신업체에서 가입자로 연결하는 네트워크의 마지막 부분이라는 의미에서 ‘라스트 원 마일(Last 1mile)’이라고도 부른다. 통신 업계는 ‘라스트 원 마일’의 확보가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KT는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에 필요한 가입자망 광케이블 22만8344km를 확보해 16만9994km인 LG통신계열사(LG파워콤+LG데이콤)와 9만9067km인 SK통신계열사(SK브로드밴드, SK네트웍스)보다 앞서 있다.

전주와 관로도 KT가 다른 통신 업체보다 월등히 많이 가지고 있다.

후발 업체들이 제기하는 문제는 이러한 통신망을 새로 구축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비용이 수십조 원 이상 드는 데다 통신망을 묻으려 땅을 파헤치거나 전주를 세우는 일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후발 경쟁업체들이 KT의 설비를 공동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가입자망 공동활용(LLU)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KT가 서비스 제공을 거부해 이용률은 미미하다.

○KT 통신망 독점력 약화?

통신에서 시내전화의 비중이 낮아지면서 KT가 독점적으로 보유한 구리선 등 통신망의 가치는 과거보다 크게 떨어졌다.

또한 광케이블 등 가치가 높은 통신설비 면에서는 SK, LG도 자체망을 확보해 KT 통신망의 독점력이 과거보다는 약화된 것이 사실이다.

KT는 LLU 이용률이 미미한 데 대해 “그만큼 이용할 가치가 없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16일 국회에서 열린 합병 관련 토론회에서 서정수 KT 부사장은 “KT의 가입자망을 대체할 수 있는 대체설비가 전국적으로 평균 3개 이상 존재해 필수설비의 독점력이 떨어졌다”며 필수설비 분리 불가론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KT 설비의 공동 활용이 미비한 것은 필수설비의 가치가 떨어져서가 아니라 KT가 경쟁업체를 견제하기 위해 서비스 제공을 거부하기 때문”이라며 “대안으로 한국전력 등의 설비를 활용하지만 이는 궁여지책 수준”이라고 대응했다.

이어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BT의 가입자망을 분리한 영국처럼 KT-KTF 합병에 앞서 필수설비를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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