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란이후 우량中企 245곳 성공비결 살펴보니…

  • 입력 2009년 2월 4일 03시 01분


1000원 매출마다 75원 현금 비축

■ 대한상의 보고서

#1. 가구업체 A사는 유통·물류 분야에서 별도 사업부문을 추진하던 중 외환위기를 맞아 큰 타격을 입었다.

그런데도 감원과 감봉 없이 외환위기를 극복했다.

투자금도 자체 충당할 정도로 철저한 무차입 경영 원칙 덕분이었다. 이 회사는 이후 국내 1위의 사무가구 생산업체가 됐다.

#2. ‘안경테 신화’로 불렸던 국내 최대 안경업체 B사. 안경테 수입 자유화 이후 중국산 저가 안경테와 수입 명품 안경테 사이에서 고전하면서도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소매점에 제품을 외상으로 팔았다.

2001년부터 3년간 적자에 시달리면서도 매출 확대에만 신경을 쓰다 나중에는 이자를 못 갚을 지경이 돼 결국 부도 처리됐다.

○ ‘현금 스펀지 경영’ 해야

A사와 B사는 대한상공회의소가 3일 각각 우량 중소기업과 부실 중소기업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은 회사들이다.

대한상의는 종업원이 300명 미만인 전국 중소기업 4260곳의 11년 치 재무제표를 분석해 이날 우량 중소기업 245곳과 부실 중소기업 362곳을 선정했다. 매출액, 영업이익, 부도 여부 등을 우량과 부실을 나누는 기준으로 삼았다.

재무제표로 살펴본 두 그룹의 가장 큰 차이는 ‘현금창출력’이었다.

1997∼2007년 우량 중소기업들의 매출액 대비 총현금흐름은 연평균 7.5%였다. 1000원을 벌 때마다 순이익 중 75원은 현금으로 받은 것.

반면 같은 기간 어음부도나 당좌부도, 수표부도를 한 번 이상 경험한 부실 중소기업들은 연평균 총현금흐름이 ―8.5%로 나타났다.

대한상의는 “중소기업들은 언제 닥칠지 모르는 거래기업 부도 등에 대비해 최대한 어음·외상 거래를 줄이고 현금을 빨아들이는 ‘현금 스펀지 경영’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금 거래를 많이 확보해 두면 경기가 어려워져 비현금 거래를 해야만 할 때도 그만큼 여유가 있다는 설명이다.

○ 불황기에도 투자는 필요

이자 비용이나 어음할인 비용과 같은 금융비용을 절감하는 것도 우량 중소기업이 되기 위한 핵심 요소로 꼽혔다.

우량 중소기업의 매출액 대비 금융비용은 1.7%에 불과했으나 부실기업들의 경우 18.5%로 10배 이상 높았던 것.

우량 중소기업은 전체 차입금 중 상환 압력이 큰 단기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55.7%로 부실 중소기업(61.1%)에 비해 낮았다.

재고관리의 효율성도 우량기업과 부실기업을 가르는 요소인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원가를 재고자산 가액으로 나눈 값인 재고자산 회전율에서도 우량 중소기업은 연간 25.9회인 반면 부실 중소기업은 11.9회로 차이가 현격했다.

이 보고서는 우량 중소기업의 또 다른 특징으로 불황기에도 지속적인 투자를 한 점을 꼽았다.

두 그룹의 유형자산 증가율을 살펴본 결과 우량 중소기업은 적극적인 투자 활동을 전개해 유형자산이 연평균 67.6% 늘어난 데 비해 부실 중소기업은 연평균 52.4%에 그쳤다. 자기자본 증가율 역시 우량 중소기업은 연평균 17.8%, 부실 중소기업은 연평균 8.3%였다.

이 보고서는 “불황기 중소기업들은 금융경색 해소를 위한 지속적인 신용관리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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