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자영업 체감경기 1년새 40P↓

  • 입력 2009년 1월 30일 03시 01분


구멍가게 음식점 카센터 등 손님 줄어 ‘개점 휴업’ 속출

소상공인 이달 경기실사지수 38.7… 사상 최악

“매출 절반 뚝… 임대료 내기도 벅차요” 하소연

29일 낮 서울 강북구 미아동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 앞.

도로변에는 치킨전문점과 제과점, 호프집이 한 집 건너 하나씩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대부분 손님이 없어서 ‘개점휴업’과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A치킨전문점 정모 사장은 “1년 전에 비해 매출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져 최근 아르바이트생을 내보냈으며 현재로서는 가게 임차료를 내기도 벅차다”며 “장사를 접어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동네에서 구멍가게와 음식점, 카센터 등을 운영하는 영세 자영업자들의 체감 경기가 사상 최악 수준으로 얼어붙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청 산하 소상공인진흥원은 이달 12∼19일 전국 소상공인 1693명을 대상으로 경기 동향을 조사한 결과 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38.7로 지난해 같은 기간(79.3)에 비해 40.6포인트 급락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29일 밝혔다.

이는 2002년 1월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으며, 기존 최저 기록이었던 2008년 7월의 51.0보다도 12.3포인트 떨어진 수준이다.

BSI가 기준치인 100 미만이면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고, 100 이상이면 그 반대라는 뜻이다.

소상공인은 서비스업의 경우 종업원 5명 미만, 제조업은 종업원 10명 미만인 영세 자영업자를 말하며 국내 소상공인의 80% 이상이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다.

노화봉 소상공인진흥원 조사연구부 과장은 “경기 한파로 서민들이 씀씀이를 줄이면서 내수에 민감한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별 BSI는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등 조선소와 자동차 관련 공장이 대거 몰려 있는 울산(19.7)이 가장 낮았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대기업 감산(減産)이 하청업체 경영난으로 이어지면서 지역 경제 소비위축으로 이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진흥원 측은 분석했다.

업종별 BSI도 조사 대상 9개 업종 모두 기준치를 밑돌았다.

부동산중개업(16.9)이 가장 낮았고 개인택시업(27.4) 소매업(34.9) 사진촬영업(35.1) 자동차수리업(35.4) 오락·운동서비스업(36.8)이 뒤를 이었다. 음식업(43.8) 개인서비스업(45.5) 학원업(58.0)은 그나마 나은 편이었지만 기준치에 훨씬 못 미치기는 마찬가지였다.

전문가들은 외환위기 이후 ‘생계형 창업’에 나선 자영업자가 급증하면서 자영업자들이 국내 고용을 상당 부분 떠받치고 있기 때문에 자영업자가 무너지면 신용불량자가 늘어나는 등 경제 문제를 넘어서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자영업자를 가리키는 비(非)임금근로자(보수를 받지 않고 사업장에서 함께 일하는 가족 포함)는 지난해 12월 말 현재 705만6000명으로 경제활동인구(2403만2000명)의 3분의 1에 육박한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내수 경기를 적극적으로 진작하고 자영업자가 자체 경쟁력을 확보하게 하는 한편 무차별적인 소액 금융 지원보다도 한계 상황에 이른 자영업자들을 다른 직종으로 전환시키는 등의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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