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예상보다 가파른 추락

  • 입력 2009년 1월 22일 22시 55분


지난해 4분기(10~12월) 한국 경제가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서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세계 경제의 버팀목으로 기대됐던 중국도 7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을 하는 등 세계경제가 한꺼번에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한국은행은 22일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 총생산(GDP)이 3분기보다 5.6%, 2007년 같은 기간보다 3.4% 하락했다고 밝혔다. 전분기 대비 성장률은 1998년 1분기(-7.8%), 전년 같은 기간 대비로는 1998년 4분기(-6.0%) 이후 최악의 성적표다.

한은은 지난해 12월에는 4분기 성장률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0.7%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실물 경제가 급락하면서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경제성장의 3대 축인 상품수출, 민간소비, 설비투자 각각 3분기보다 11.9%, 4.8%, 16.1% 모두 감소하면서 경제 성장률을 큰 폭으로 끌어내렸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생산이 반도체, 철강, 자동차 등 주요 업종의 감산으로 3분기보다 12% 줄어 1970년 관련 통계가 나온 이후 최악의 감소세를 보였다.

4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지난해 연간 GDP는 2007년보다 2.5% 성장하는 데 그쳤다. 1998년(-6.9%) 이후 최저치다. 교역조건을 반영한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지난해 4분기에 전분기보다 2.9% 감소해 연간 기준으로 2007년보다 2.1% 줄었다. 국민들의 소득 여건을 보여주는 지표인 GDI는 1998년(-7.2%)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뒷걸음질쳤다.

최춘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속보치를 기준으로 대략 계산해보면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 이하로 떨어졌다"며 "올해 3월 기준년이 달라진 통계가 적용되면 2만 달러 언저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는 29일 지난해 11월에 내놨던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2.2%)를 또다시 큰 폭으로 낮추기로 했다. 중국 정부는 이날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7년 만에 최저치인 9.0%에 그쳤다고 밝혔다.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는 "이런 추세라면 올해 연간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가고 세계 경제의 회복 시점도 늦춰질 수 있다"며 "정부가 추경 예산을 편성하고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공적자금을 선제적으로 조성하는 등 지금보다 과감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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