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동빈 기자의 카 라이프]쌍용차 다시 날 수 있을까

  • 입력 2009년 1월 13일 02시 55분


글로벌 경제위기로 세계 자동차업계가 흔들리면서 다윈의 적자생존(適者生存) 법칙이 어느 때보다 확실하게 적용되고 있습니다. 경기가 어느 정도 유지될 때는 제품의 상품성이 약간 떨어져도 다양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특성 때문에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출을 줄여야 하는 ‘비상상황’에서 소비자들은 가장 합리적인 경제생활을 하게 됩니다. 자동차 분야를 대입해 보면 시장에서 가장 잘 팔리고 고장이 적으며 중고로 팔 때 손해를 적게 보는 모델을 선택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디자인이나 개인적인 취향이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감소하고 경제적인 고려가 증가하게 되는 것이죠.

반면 3억 원이 넘는 초고가에 판매되는 명품 자동차는 경기의 영향을 덜 받습니다. 페라리의 경우 연간 6000여 대를 생산합니다. 1년에 부자 6000명의 마음만 잡으면 되고 그 부자들은 상대적으로 경기의 영향을 덜 받습니다. 루카 디 몬테제몰로 페라리 회장은 최근 이탈리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페라리는 글로벌 경기침체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페라리 연간 생산량을 소화할 정도로 충분히 미친 6000명의 사람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자동차회사가 생존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요소가 필요합니다. 우선은 제품이 좋아야 하고, 효과적인 마케팅이 뒤따라야 합니다. 거기에 애프터서비스와 글로벌 판매 네트워크도 탄탄해야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페라리나 람보르기니, 벤틀리처럼 명품 브랜드는 이미지와 고객관리, 희소성 유지가 관건입니다.

그런데 쌍용차는 주인을 잘못 만나면서 모든 것이 틀어져버렸습니다.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경쟁사보다 디자인과 품질이 2, 3년 이상 뒤졌고 마케팅도 활발하지 못했습니다. 나름대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명가(名家)여서 약간은 버틸 수 있었지만 기름값이 폭등하고 경유에도 휘발유 못지않은 세금을 부과하는 정책이 시행되면서 그런 장점마저도 희석되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자동차는 2, 3년 전에 새로 내놓을 차량을 준비해야 하는데 쌍용차는 그런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아 지금 투자를 시작한다고 해도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 힘들어질 상황에 처했습니다. 이미 물러나기는 했지만 최고경영자들은 오래전부터 쌍용차의 미래를 알고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이제는 과거를 문제 삼기에는 너무 늦었습니다. 쌍용차 근로자 7100명의 일자리와 1000여 개가 넘는 협력업체의 생존을 우선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죠. 쌍용차가 다른 회사에 인수되지 않고 자체 생존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자동차업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쌍용차 직원들은 고통이 따르더라도 누군가가 자신들을 선택할 수 있도록 구조조정을 통해 회사를 매력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고용 유지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이기 위해서 쌍용차의 부실을 털어내고 브랜드 가치가 높은 기업에 매각하는 것이 최적의 대안이라는 생각입니다. 가격을 높이 받으려다가는 다시 상하이자동차와 같은 ‘못난’ 주인을 만나게 될 테니까요.

석동빈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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