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큰손들, 주식-펀드투자 만지작

  • 입력 2009년 1월 12일 02시 58분


■ 실질금리 제로시대 재테크 풍향계

경기부양책 본격화 감안 우량주 중심 매수세

서민들은 목돈 어디에 맡길지 몰라 우왕좌왕

전문가들 “低리스크 低리턴 투자 전략 필요”

회사원 박모(38) 씨는 다음 달 만기인 은행 정기예금 2000만 원을 앞으로 어떻게 굴려야할지 고민하고 있다. 지난해 연 7∼8%대이던 은행 예금금리는 어느새 4%대로 추락했다. 은행에 계속 맡기자니 물가상승률과 세금을 고려하면 손에 쥐는 실질 이자는 거의 없는 셈이다. 주식이나 펀드에 넣는 것은 여전히 불안하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실질 금리가 사실상 ‘제로 금리’ 시대에 접어들자 투자자들의 마음이 다급해지고 있다. 주식과 펀드를 기웃대는 ‘큰손’들의 저울질도 서서히 시작되고 있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제로 금리’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한 만큼 당분간 안전자산 위주로 투자하는 위험회피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 실질금리 ‘0’ 시대 도래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정기예금(1년) 금리는 연 4.3%, 신한은행은 4.5%다.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은행의 저축성예금 평균 금리는 6.31%로 2001년 1월(6.66%) 이후 가장 높았다.

하지만 한은이 지난해 10월 이후 석 달 사이에 기준금리를 2.75%포인트 끌어내리자 상황이 급변했다. 실질금리는 예금금리에서 물가상승률과 이자소득세(세율 15.4%)를 뺀 금리다. 4%대 중반의 예금금리에서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3.0% 안팎)와 이자소득세를 제하고 나면 사실상 금리가 제로가 되는 셈이다.

급격한 경기하강을 우려한 한은이 추가 금리인하까지 내비쳐 경기 회복의 긍정적인 신호가 나오지 않는 한 ‘제로 금리’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저(低)금리에 울고 웃고

국민은행의 3개월 변동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01∼5.51%로 3%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국민은행에서 지난해 10월 연 7.3%로 1억 원을 대출받았다면 매달 내야 하는 이자가 이번 주부터는 월 60만8000원에서 39만2000원으로 크게 준다. 반면 이자 수입으로 생활하는 고령층이나 은퇴자들은 생계유지가 막막해졌다.

‘큰손’들도 동면에서 깨어나고 있다. 시중 금리가 하락하고 정부가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을 내놓자 현금이나 채권 비중을 높였던 ‘강남 부자’들이 주식과 펀드를 기웃거리기 시작한 것.

우리투자증권 강남대로 웰스매니지센터의 신재범 PB팀장은 “일부 자산가들이 우량주 위주로 직접 매입하는 등 주식 투자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 6월까지는 안전자산 중심으로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이 아직 가시지 않은 만큼 최소 상반기까지는 안전자산 위주의 투자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상반기에는 위험도 적고 수익률도 적은 ‘로 리스크 로 리턴(Low Risk Low Return) 전략’으로 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신상훈 신한은행장도 “상반기엔 국공채, 우량 회사채와 같은 안전자산에 비중을 두되 하반기로 갈수록 주식 등 위험자산의 비중을 늘려가라”고 권했다.

농·수협 단위조합, 새마을금고, 신용협동조합의 예탁금 등 절세상품을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예탁금은 정기예금과 유사한 상품으로 올해부터 비과세 한도가 1인당 2000만 원에서 3000만 원으로 늘었다.

금리 생활자들은 남은 고금리 예금상품에 서둘러 가입하고 양도성예금증서(CD), 환매조건부채권(RP) 등 비교적 안전하면서도 예·적금보다 수익률이 높은 금융상품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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