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기 침체 - 금융불안 맞서 선제적 ‘금리 처방’

  • 입력 2009년 1월 10일 03시 04분


■ 한은, 기준금리 0.5%P 인하 배경

단기 자금은 넘쳐… ‘돈맥경화’ 푸는게 과제

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파격적으로 1%포인트 낮춘 데 이어 9일 0.5%포인트를 추가 인하한 것은 실물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갈수록 낮아지고 금융시장 불안이 계속되고 있는 반면 물가는 상대적으로 안정돼 있다는 점도 금리 인하에 영향을 미쳤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작년 4분기(10∼12월)에 전 분기 대비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자금시장의 신용경색 현상도 풀리지 않고 있다”고 금리 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한은에 따르면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은 1980년과 1998년밖에 없다.

최근의 실물경기 관련 지표는 일제히 위축되고 있다. 12월 수출은 전년 동월대비 17.4% 줄어 두 달째 큰 폭의 마이너스를 나타냈고, 11월 제조업 생산은 전년보다 14.8%나 줄었다.

반면 물가는 오름세가 주춤하고 있다. 12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같은 달보다 4.1% 올라 11월(4.5%)보다 상승률이 둔화된 것도 금리 인하에 무게를 실었다.

이날 기준금리 인하로 양도성예금증서(CD) 등 시중금리 하락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91일 만기 CD금리는 0.07%포인트 내린 3.18%로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작년 11월 말 5.45%에 비해서는 무려 2.27%포인트 급락한 것.

한은은 앞으로 금리를 낮춰도 효과가 없는 ‘유동성 함정’에 빠지지 않는 수준까지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노무라증권은 한은이 올해 3월까지 기준금리를 연 1.5%까지 내릴 것으로 전망했고 골드만삭스는 같은 기간 연 2.0%까지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은이 유동성을 늘려도 실물 부문까지 자금이 흘러가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금리가 내리자 시중 자금은 머니마켓펀드(MMF) 같은 단기자금 시장으로 급속히 몰리고 있다. 자산운용사에는 12월 한 달간 13조 원이 넘는 돈이 몰렸고 MMF에는 8조5000억 원이 유입됐다.

신동준 현대증권 채권분석팀장은 “시장금리는 많이 내렸지만 회사채 시장은 여전히 경색 상태”라며 “이제는 금리 인하보다는 자금시장의 ‘돈맥경화’를 푸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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