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영 해운업계 “앞이 안보인다”

  • 입력 2009년 1월 6일 03시 06분


물동량 줄어 발주 화물선 계약포기 줄이어

돈줄 말라 해운-조선업계 동반부실 가능성

국내 해운업계 10위권인 TPC코리아의 임동표 기획이사는 요즘 한국선주협회와 금융권을 드나들며 글로벌 신용위기로 막힌 ‘돈줄’을 푸는 데 여념이 없다.

이 회사가 현재 조선회사에 발주한 물량은 모두 10여 척. 중도금을 내지 못하면 계약이 파기돼 계약금의 30%에 이르는 선수금을 날릴 상황이다.

최근 경기불황으로 중국의 철광석 수입이 급격히 줄어드는 등 해운 수요마저 급감하면서 해운회사들의 경영이 눈에 띄게 악화되고 있다. 실제로 해운업의 벌크선 수익성 지표인 발틱운임지수(BDI)는 최근 700∼800대로 지난해 최고치(11793)의 10분의 1 이하 수준으로 급락했다.

일부 중소 해운회사는 올해 1∼3월의 3개월 치 직원 월급을 당겨서 지난해 12월 한꺼번에 지급하기도 했다. 장부상 비용 항목을 최대한 늘려 잡아 법인세라도 아끼려는 고육책이다.

위기에 처한 해운업체들의 비상 경영이 재무, 조직, 경영 등 각 부문에서 본격화하고 있다.

○ 중소 조선업체 가장 큰 타격

세계적인 금융위기는 해운업체뿐만 아니라 중소 조선업체에까지 불똥이 튀면서 해운·조선업계의 동반 부실 가능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해운업체에 대한 중도금 대출이 막히면서 조선 계약이 잇달아 파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운임료 하락으로 배 값이 떨어진 것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한국선주협회와 해운업계에 따르면 선수금 환급보증(RG)을 받지 못한 국내 해운사 발주 선박은 현재 50여 척으로 조만간 이들의 조선 계약이 파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조선업체 수주 잔량(334척)의 56%(188척)는 국내 해운사들이 발주한 물량이다.

이에 따라 한국선주협회는 NH투자증권과 손잡고 선박관리회사(SAMCO)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유동성 위기를 겪는 해운사들이 선박을 SAMCO에 매각해 현금을 확보한 뒤 일정 기간(3년) 해당 선박을 빌려 사용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해운사가 돈을 갚고 약정된 임대 기간을 마치면 SAMCO로부터 다시 선박을 되살 수 있다.

○ 해운사, 선박 줄이고 조직도 개혁

해운사들은 수급 조절을 위해 기존 벌크선 폐선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올해 말까지 세계적으로 70여 척 이상의 벌크선이 해체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해운물량 감소로 선박 수요가 줄어든 데다 노후 선박에 대한 유지비를 아끼기 위한 방안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해운사들이 경쟁적으로 벌크선을 주문하던 것과는 정반대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대형 해운사들도 올해 배를 새로 계약하기보다 빌려 쓴다는 방침이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올해 조선 계약을 발주하지 않을 계획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3∼4년 전만 해도 새로 배를 발주하는 데 드는 비용이 저렴해 발주했지만 지난해와 올해는 배가 남아돌아 빌려 써도 충분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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