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지키는게 우선… 노조도 현실 직시해야”

  • 입력 2008년 12월 25일 02시 58분


“위기극복 동참” 호소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생산직 조장과 반장을 중심으로 결성된 ‘반우회’ 소속 900여 명이 24일 생산현장 차원의 위기극복 실천 결의대회를 열었다. 한 생산직 반장이 울산공장 안에서 직원들에게 위기 극복에 동참하자는 내용의 호소문을 나눠주고 있다. 사진 제공 현대·기아차
“위기극복 동참” 호소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생산직 조장과 반장을 중심으로 결성된 ‘반우회’ 소속 900여 명이 24일 생산현장 차원의 위기극복 실천 결의대회를 열었다. 한 생산직 반장이 울산공장 안에서 직원들에게 위기 극복에 동참하자는 내용의 호소문을 나눠주고 있다. 사진 제공 현대·기아차
■ 현대차 ‘비상경영 수용’ 勞-勞 이견

조장-반장 조합원들 물품절약등 결의대회

노조 “사측의 일방통행은 노조에 도전행위”

“경기침체에 따른 판매부진으로 국내 자동차 업계가 최악의 경영위기 상황에 몰리면서 살아남느냐, 아니면 쓰러지느냐라는 중대 변화의 시점에 와 있습니다.”

24일 오전 10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내 엔진변속기 공장. 이 공장 소속 조·반장 등 30여 명이 모여 ‘위기 극복을 위한 결의대회’를 열고 있었다. 결의문을 따라 읽는 이들의 얼굴에는 비장감마저 감돌았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국내 각 자동차 회사는 판매부진으로 쌓여가는 재고를 줄이기 위해 공장 가동을 중단하거나 정규 근무시간을 줄이는 등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며 “급변하는 자동차 환경 속에 우리의 일터를 지키기 위해서 우리가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행동강령으로 △장갑과 토시 등 작업 소모품 재활용 △안전화 작업조끼 작업복 절약 △휴게시간 소등을 비롯한 에너지 절약 등을 결의했다.

비슷한 시간 울산 4공장과 시트 공장, 오후 4시에는 소재사업부 등에서 조·반장들의 경영위기 극복 동참 결의대회가 열렸다. 결의대회를 열지 않은 사업부의 조·반장들도 조만간 결의대회를 열 것으로 알려졌다.

조·반장들의 잇단 결의대회는 회사 측이 22일 밝힌 조업 단축과 관리직 임금 동결 등 ‘비상경영 선언’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조장(組長)은 생산직으로 15년 이상 근무하고 부서 업무에 밝은 직원 가운데 회사가 임명하며 10명 안팎의 조원을 거느리고 있다. 3, 4개 조가 모여 1개 반이 되며 울산공장에만 900여 명의 반장(班長)이 있다. 조·반장들은 모두 노조 조합원이다.

이날 위기극복 결의대회에 동참한 시트1부 이모(50) 반장은 “입사 20여 년째이지만 지금이 1998년의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때보다 더 위기라는 생각이 든다”며 “노조도 현실을 직시하고 경영위기 극복에 동참해야 하며, 회사도 직원들의 고용을 철저하게 보장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ID가 ‘조합원’인 한 조합원은 현대차 지부 자유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경기가 안 좋다고 난리인 상황에서 이상적인 노동운동만 찾지 말고 현실을 직시했으면 좋겠다”고 노조 집행부에 요구했다.

그러나 노조는 회사 측의 비상경영 체제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23일 소식지를 통해 회사 측의 비상경영 체제 선언을 ‘4만5000여 조합원에 대한 정면 도전행위’로 규정한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지부의 장규호 공보부장은 24일 기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회사 측의 일방통행은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 조합원들을 자극해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에서 현안이 있을 때마다 대두됐던 노조 집행부와 조·반장 및 현장 조합원 간의 ‘온도 차’가 이번 회사 측의 비상경영 선언 수용 여부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노조는 물론이고 현대차 구성원 모두는 “이번 경영위기가 1998년 외환위기 때처럼 고용불안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데에는 공감하고 있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동아일보 사진부 최재호기자


정준원 동아닷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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