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경영, 스포츠에 길을 묻다

  • 입력 2008년 11월 18일 02시 59분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 등 SK그룹 최고경영자(CEO) 20여 명이 지난달 말 경기 용인시 SK아카데미에서 열린 ‘2008 CEO 세미나’에 참석해 내년도 경영계획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한국 국가대표 양궁팀 등의 승리 요인을 분석하면서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라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도 함께 논의했다. 사진 제공 SK그룹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 등 SK그룹 최고경영자(CEO) 20여 명이 지난달 말 경기 용인시 SK아카데미에서 열린 ‘2008 CEO 세미나’에 참석해 내년도 경영계획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한국 국가대표 양궁팀 등의 승리 요인을 분석하면서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라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도 함께 논의했다. 사진 제공 SK그룹
■ SK CEO 세미나, 한국 스포츠 성공요인 분석

《지난달 말 경기 용인시 SK그룹 연수원인 ‘SK아카데미’ 세미나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신헌철 SK에너지 부회장, 정만원 SK네트웍스 사장 등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 참석한 SK 관계사 CEO 20여 명은 멀티스크린을 통해 한국 양궁의 성공 요인을 분석한 영상물을 진지하게 관람했다. 한국 양궁팀이 미국 양궁 제조업체의 활 공급 중단, 국제양궁협회의 잦은 경기규칙 변경 등 숱한 위기에도 불구하고 20여 년간 세계 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것처럼 SK그룹도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정면 돌파해보자는 취지였다. 》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최근 몰려오는 변화의 ‘쓰나미’에 우리가 빠른 속도로 대응할 수 있는지를 점검해 봐야 한다”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 임직원들이 한국 양궁과 SK 와이번스의 야구 등 스포츠 승인(勝因) 분석으로 미국발(發) 경기침체 극복 방안 모색에 나섰다. 이번 CEO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한국 양궁팀은 위기를 기회로 활용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 한국양궁 위기상황에서 경쟁력 키워

1996년 미국 호이트사(社)는 한국팀의 독주를 막기 위해 한국팀에 활 공급 중단을 선언했다. 당시 활 제작사는 세계에서 단 두 곳에 그쳤기 때문에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었다. 그러나 한국은 활 개발에 매달려 이를 오히려 한국 선수에 맞는 활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었다.

CEO들은 ‘외부 환경 변화는 생존 자체를 위협하지만 경쟁력이 탄탄하면 기우에 불과하다’는 교훈도 얻었다. 한국 양궁팀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심리전의 달인(達人)’이 됐는데 이는 해병대 야간산악훈련과 붐비는 공원에서의 활쏘기 훈련 덕분이다. 이와 관련해 CEO 세미나의 한 참석자는 “SK그룹의 매출은 9월 말 현재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해 외형적으로는 성장했지만 경쟁력 자체가 높아졌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경제는 다양한 변수가 있는 만큼 구체적인 시나리오와 목표를 짜는 ‘교토삼굴(狡兎三窟)’의 지혜가 필요하다는 결론도 나왔다. 영리한 토끼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굴을 팔 때 출구 3개를 만들어놓기 때문에 절박한 상황에서도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양궁팀도 잦은 경기규칙 변경에 대비해 예상 시나리오를 4개나 만들어 이에 맞춰 연습했고 예상대로 시나리오가 두 차례 바뀐 위기를 극복했다.

또 SK그룹은 사내(社內)방송을 통해 지난해부터 ‘만년 2위’에서 탈출해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한 SK 와이번스의 승리 요인을 심층 분석한 기획물을 방영하기도 했다.

김성근 SK 와이번스 감독은 영상물에서 “SK라는 ‘팀’은 어떤 선수를 언제 쓸지 위기에 부닥친 뒤가 아니라 부닥치기 전에 위기를 상상하면서 1년 내내 (연습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SK 와이번스는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한 직후 선수들과 2008년에도 우승하자는 목표를 설정한 뒤 혹독한 전지훈련을 통해 ‘2군 선수의 1군 선수 전력화’를 추진해 주전 선수가 엔트리에서 빠져도 전력 누수 없이 목표를 달성하게 됐다는 것이다.

○ 女핸드볼 투혼, 경영 현장에 적용해야

SK그룹은 올림픽에서의 여자핸드볼 국가대표팀의 투혼정신과 팀워크 플레이가 SK그룹의 경영철학과 통한다는 점에도 주목해 사내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SK그룹 브랜드관리실장인 권오용 부사장은 “스포츠와 경영은 전략과 리더십이 중요하고 인재를 소중히 여기며 최고를 추구하는 등의 공통점이 많다”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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