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형소매점 판매액 10년 만에 첫 마이너스 성장

  • 입력 2008년 11월 15일 02시 58분


지방, 더 춥다

광주 하남공단 부도 도미노

울산 현대重10월 수주 ‘0’

부산 車협력사 “구조조정”



14일 경남 김해시내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중소기업체 사장인 P 씨가 투신자살했다. 10년 전부터 자동차 부품업체를 운영해 온 P 씨는 최근 경기 침체로 판로 개척에 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P 씨의 가슴 아픈 사연은 꽁꽁 얼어붙은 지방 경제의 현실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한국은행은 14일 지방 대형소매점 판매액지수 증가율이 1998년 이후 10년 만에 마이너스를 보였다고 밝혔다.

○ 한파 몰아닥친 지역경제

광주 광산구 하남공단의 J사는 최근 폐업신고를 했다. 전자부품용 고무를 납품하는 이 업체는 연간 7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건실하게 운영돼 왔으나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고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창업 20년 만에 무너졌다.

다음 달 GM대우자동차의 일시 가동중단 결정으로 대구지역 자동차 부품업체들도 초비상이다. 부산 사상구의 자동차 부품업체인 L사는 공장 가동률이 50%를 밑돌자 최근 직원들을 휴가 보냈다. 인근 W, D사 역시 일부 직원만 남기고 10일짜리 단체 휴가를 갔다. E사는 9월 40명의 직원을 명퇴시킨 데 이어 2차 구조조정을 검토 중이다.

조선업계에도 한파가 찾아들었다. ‘부자 도시’ 울산 경제의 대들보인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월평균 10척 안팎의 물량을 확보했으나 지난달 이후에는 단 한 척도 수주를 하지 못했다.

조선과 함께 울산지역의 주력업종인 석유화학업계에도 냉기가 감돈다. SK에너지㈜ 울산콤플렉스는 지난달 27일부터 나프타분해공장의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창사 이후 4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지역경제에 위기가 닥치면서 부산시가 ‘경제위기 대응 종합상황실’을 꾸리는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자구책 마련에 나섰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어 고민이다.

○ 10년 이래 최악

이 같은 사정을 반영하듯 3분기(7∼9월) 지방 대형소매점 판매액은 외환위기 이후 첫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이날 내놓은 ‘최근의 지방경제 동향’에 따르면 3분기 서울을 제외한 지방의 대형소매점 판매액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감소했다.

판매액지수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보인 것은 1998년 이후 처음이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판매액 증가율은 각각 ―1.3%, ―1.2%로 나타났다. 지방 제조업 생산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 증가하는 데 그쳐 2분기(4∼6월·9.9%)보다 하락했다.

3분기 지방 실업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같은 2.9%였지만 취업자 증가가 지난해 3분기 21만6000명에서 17만1000명으로 하락해 고용 사정도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박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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