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발전계획 표류… 지역갈등 표면화

  • 입력 2008년 11월 11일 02시 58분


■ 정부-정치권 이해대립 지역개발 늦어져

9월말 시행 ‘신발전법’ 낙후지역 조세감면 공전

‘해안권 특별법’도 적용범위 둘러싸고 이견 노출

올해 9월 국토해양부는 낙후지역에 조세 감면 혜택을 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서를 기획재정부에 냈다. 2월 말 제정된 ‘신발전지역 육성을 위한 투자촉진 특별법(신발전법)’에 따른 건의였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토부는 지방자치단체와 공조해 재정부에 압력을 넣는 방안까지 고려 중이다.

지역발전정책이 당초 장밋빛 계획과 달리 행정부와 정치권의 반발로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지방에 대한 지원이 늦춰질 수밖에 없어 최근 수도권 규제 완화를 계기로 부각된 지역 간 갈등이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장밋빛 약속 후 속병 앓는 정부

10일 재정부와 국토부,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 따르면 신발전법 시행령이 9월 말부터 시행됐지만 이 법의 핵심인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 관세, 취득세, 등록세, 종합부동산세, 재산세의 8개 조세 감면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재정부는 “이 법의 수혜를 받는 오지, 접경지역, 폐광촌, 미개발지 등 낙후지역에 해당하는 면적이 전 국토의 59%를 차지해 예외적인 상황에 대한 지원이라는 감면정책 취지에 위배된다”며 조세 지원에 반대했다.

정부는 9월 중순 국무회의를 통과한 신발전법 시행령을 발표하면서 낙후지역에 들어서는 국내외 기업과 개발사업자에게 세금 혜택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재정부가 반대의사를 굽히지 않으면 이 약속은 공수표가 된다. 재정부, 국토부 등 관련 부처 국장과 과장들은 5차례나 회의를 하며 조세 감면 방안을 협의했지만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 해안과 내륙지역 갈등 드러나

지난해 11월 국회를 통과한 ‘동·서·남해안권 발전특별법’도 표류하고 있다. 이 법은 원래 해안지역을 국제적인 관광지역으로 개발하려는 취지로 마련됐다. 도심에 비해 발전이 더딘 곳에 재정을 투입해 집중 개발하려는 것.

정치권이 이 법에 주목한 것은 올해 7월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남해안, 서해안, 동해안을 개발하는 ‘초광역 개발권 추진계획’을 발표한 시점부터였다. 노무현 정부의 동·서·남해안 특별법에다 현 정부의 초광역 개발계획이 모두 해안지역 발전을 목표로 한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내륙지역은 어떻게 되느냐’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

결국 홍재형 민주당 의원은 8월 말 ‘내륙권 발전지원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동·서·남해안권 특별법과 같은 수준의 지원을 충북 대전 등 내륙권에도 줘야 한다는 게 법안 취지.

이런 움직임에 국토부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특정 지역을 집중 개발하는 특별법이 너무 많으면 지원 효과가 분산될 수밖에 없고 개발 성과를 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동·서·남해안권 특별법 적용 범위를 내륙권으로 넓히는 조건으로 내륙권 발전법안을 철회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정치권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 주공, 정책 자체 검토하다 경고

국정과제인 지역발전정책을 공기업인 대한주택공사가 정부 방침과 다른 방향으로 검토하다 경고를 받는 일도 생겼다.

문제의 국정과제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방안. 충청권이나 경남권에 첨단 과학연구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안인데 주공은 평택항 주변 등 수도권에 과학비즈니스벨트를 조성하는 취지의 용역보고서를 만들었다.

지난달 국정감사 때 이 보고서가 정부 시책에 반한다는 점이 부각된 뒤 국토부는 주공에 대해 ‘기관 경고’ 조치를 했다. 지역발전정책과 관련해 정부 부처와 산하 공기업 사이에도 의견이 다르다는 점을 보여 주는 사례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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