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재계 파워엘리트]유통 식음료 업계

  • 입력 2008년 11월 11일 02시 58분


소비자 마음 사로잡는 ‘한 우물형’ CEO들

유통- 대형업체들 경쟁통해 ‘효율경영’ 구축

식품·제과- 멜라민-이물질 파동 딛고 재기 이끌어

《유통, 식품, 음료, 주류(酒類)는 우리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국민의 의식(衣食)을 책임진 이들 기업은 그만큼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다. 이들 기업은 올해 이물질, 멜라민 파동, 원자재 가격 상승, 경기 위축 등 잇단 국내외 악재(惡材)로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수십 년간 한 길을 걸어온 최고경영자(CEO)들은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지금도 밤잠을 설치고 있다. 국민의 바른 먹을거리와 소비문화를 위해 힘쓰며 관련 업계를 이끄는 주요 ‘파워 엘리트’들을 살펴본다. 다만 이번 시리즈에서 개별 그룹 기사가 나갈 때 소개한 CEO는 중복을 피하기 위해 제외한다.》

경청호 현대백화점그룹 총괄부회장은 30대의 젊은 총수인 정지선 회장을 보좌해 현대백화점그룹을 이끌어가는 핵심 CEO다. 1975년 현대그룹 입사 이래 줄곧 기획 분야에서 일했다. 메모를 하지 않아도 기억력이 비상해 임원들이 철저한 준비 없이 보고했다가는 진땀을 흘릴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업무시간이 끝난 뒤에는 직원들과 소주 회식을 즐기고 유머감각도 풍부해 사내(社內)에서 총수의 신임과 부하들의 존경을 동시에 받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이승한 홈플러스그룹 대표이사 회장은 삼성물산 런던지점장, 삼성물산 유통부문 대표를 거쳐 1999년부터 홈플러스그룹을 이끌고 있다. ‘제품만 싸게 팔면 된다’는 기존 대형마트 업계에 ‘가치점(價値店)’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해 홈플러스의 성장을 이끌었다. 올해 5월에는 홈에버(현 홈플러스테스코)를 인수하며 국내 대형마트 업계 2위로 올라섰다.

민형동 현대백화점 대표이사 사장은 이 백화점의 고급화 전략을 이끈 영업전략가다. 천편일률적이던 백화점 정기세일 명칭을 1995년 처음으로 ‘파워세일’로 바꾼 주인공. VIP 마케팅, 문화 마케팅을 고안하기도 했다.

선종구 하이마트 대표이사 사장은 대우전자 출신으로 1999년 하이마트 판매본부장을 거쳐 2000년 대표로 선임됐다. ‘전자제품 살 땐 하이마트’라는 오페라 광고 등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하이마트가 국내 가전유통 시장 1위에 오르는 데 기여했다.

최동주 현대아이파크몰 대표이사 사장은 현대백화점 상무를 거쳐 풀무원 계열의 올가홀푸드 대표, 제너시스(BBQ) 사장을 지낸 뒤 2005년부터 ‘사고 먹고 즐기는’ 복합 활동이 가능한 현대아이파크몰의 사장을 맡고 있다. 직설적이고 화끈한 성격 때문에 ‘불도저’ ‘호랑이 CEO’란 별명도 갖고 있다.

삼성SDI 사장 시절 ‘6시그마 전도사’로 불렸던 손욱 농심 대표이사 회장은 33년간 몸담았던 삼성에서 올해 초 농심으로 자리를 옮겼다. 취임 후 두 달 만에 새우깡 이물질 파문이 일자 직접 문제 해결에 나서는 성의를 보였다. ‘책을 가마니로 읽는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독서량이 많다.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e메일을 주고받는 등 수평적인 소통을 중시한다.

임동인 대상 대표이사 사장은 1974년 대상에 입사해 전분당사업본부 부산공장장, 전분당사업본부 군산공장장, 전분당연구소장 등 30년간 생산 일선에 몸담으면서 전분당(과자나 빙과, 음료수를 만드는 데 쓰이는 당류)을 회사 주력사업으로 키우는 데 기여했다. 대상그룹 계열로 건축자재 생산업체인 동서산업 대표를 거쳐 2006년부터 대상 사장을 맡고 있다.

박승복 샘표 대표이사 회장은 식산은행(현 한국산업은행), 재무부 총무과장, 국무조정실장 등 공직에 몸담았다 부친인 박규회 샘표 창업주의 별세 이후 샘표를 이끌고 있다. 올해 87세의 고령이지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회장, 한국식품공업협회 회장 등 외부 활동도 활발하다.

SPC그룹은 일반인에겐 다소 생소하지만 샤니, 삼립식품,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등을 계열로 둔 식품전문 기업이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최근 몇 년간 회사 규모를 비약적으로 키웠다. 미국 제빵학교(America Institute of Baking) 정규과정을 정식으로 이수할 정도로 ‘장이 근성’이 강한 CEO로 꼽힌다.

이건영 빙그레 대표이사 부사장은 1992년 빙그레에 입사해 주로 기획과 마케팅 업무를 맡다 올해 3월 대표로 선임됐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경영위기에 빠진 빙그레의 군살을 빼고 비(非)핵심사업은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을 이끌었다. 올해 9월 노인식사 배달사업에 진출하는 등 신규 사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그룹 대표이사 회장은 1970년대 초 가업(家業)인 크라운제과를 잇는 대신 과자포장기계 제조회사를 차려 독립했지만 1995년 다시 친정으로 돌아왔다. 2005년 당시 제과업계 2위였던 해태제과를 인수해 ‘다윗이 골리앗을 안았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남승우 풀무원 대표이사 사장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채소 가게에서 출발한 풀무원을 국내 굴지의 식품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항상 오전 7시 전에 출근할 정도로 부지런해 ‘얼리버드(early bird)형’ CEO로 꼽힌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음료·주류- 해외로 눈 돌려… 글로벌업체 도약 주도

양기락 한국야쿠르트 대표이사 사장은 1975년 입사 이래 주로 재무 분야에서 일해 온 재무 전문가다. 자율과 책임을 중시하는 경영철학을 강조한다. 대표 취임 이후 “평일에 단 하루라도 가족과 함께 저녁시간을 보내자”며 매주 수요일엔 오후 6시 퇴근을 강제하는 ‘프리데이’와 자율복장제, 사내 신문고 등의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박건호 남양유업 대표이사 부사장은 남양유업에 입사한 뒤 기획부장, 기획이사, 기획상무 등 20여 년간 기획 분야에 몸담았다 2003년 대표에 선임됐다. 몇 년 지난 수치도 다 꿰고 있어 보고 때 직원들이 수치를 따로 메모해 갈 정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충남 천안의 남양유업 신공장은 박 대표가 해외 각국을 직접 다니며 국내에 접목한 작품이다.

정종헌 매일유업 대표이사 사장은 1977년 이 회사에 입사해 경산공장과 평택공장 공장장, 생산본부장 등 31년간 생산 현장에서 근무하다 올해 CEO로 발탁됐다. 2012년까지 8개 브랜드를 육성해 2010년 유(乳)가공 분야에서만 매출 1조 원을 달성하고 영업이익률 5%대를 실현하자는 ‘815운동’을 펼치고 있다.

한경택 파스퇴르 대표이사 사장은 한국야쿠르트 홍보 임원 출신이다. 기능성 요구르트 ‘윌’의 성공 등으로 능력을 발휘한 뒤 2004년 계열사인 파스퇴르 CEO로 승진했다. 국문학도로 한때 출판회사에 다녔던 ‘문학청년’ 시절도 있으며 온화한 인품이면서도 위기대처 능력이 뛰어나 ‘외유내강(外柔內剛)’형 경영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윤종웅 진로 대표이사 사장은 하이트맥주의 전신인 조선맥주에 입사해 1999년 하이트맥주 대표를 맡다 지난해 두산의 ‘처음처럼’ 추격전을 해결할 진로의 구원투수로 나섰다. 하이트맥주가 오비맥주의 아성을 깨고 맥주시장 정상에 등극한 ‘하이트 신화’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김지현 하이트맥주 대표이사 사장은 2005년 진로 인수단장을 맡아 인수합병을 이끌어 낸 경영자다. 지난해 사장 취임 첫해 하이트맥주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해 주류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성장경 남양유업 영업홍보총괄본부장은 오랫동안 남양유업 홍보책임자로 일하면서 회사 이미지와 브랜드를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지난해부터는 홍보뿐 아니라 영업총괄본부장까지 맡아 1만 명에 이르는 남양유업 영업조직을 진두지휘하며 좋은 실적을 올려 주목받고 있다.

※ ‘2008 재계 파워엘리트’ 시리즈는 매주 화 목요일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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