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산 자동차 ‘관세장벽 연장’ 카드 꺼낼 가능성

  • 입력 2008년 11월 11일 02시 58분


■ 한미FTA 협정문 수정 나설지 주목

美 ‘3.0L이하 車 관세 즉시철폐’ 가장 큰 불만

미국車 점유율-한국車 특혜관세 연계할 수도

한국정부, 추가협상 가능성 일단 강하게 일축

일부선 “양국 이익의 균형점 찾는게 현실적”


지난해 6월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진행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후속 협상. 동아일보 자료 사진


미국 민주당 지도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비공식적으로 ‘추가 협상’ 형식의 요구를 해 온 것으로 전해지면서 FTA 협정문 수정 가능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정부는 아직까지 미국이 공식적으로 추가 협상을 밝혀 온 것은 아닌 데다 협정문 수정이 시작될 경우 FTA 전체가 흔들릴 수 있어 ‘수정 협상 불가론’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이 유세 과정에서 자동차 협상에 대해 여러 차례 불만을 표시해 왔고 미국 자동차 ‘빅3’의 경영 상황이 악화되면서 미국 경제를 압박하고 있어 새 행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이 문제를 들고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 자동차 관세 철폐 美 불만 높아

정부 안팎에서는 미국이 자동차 분야에서 추가 협상을 한다면 한국산 차에 대해 관세장벽을 가능한 한 오랫동안 유지하는 데 주안점을 둘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거론될 만한 분야가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의 73%를 차지(2003∼2005년 평균)하는 배기량 3.0L 이하 승용차에 대해 즉시 관세를 철폐키로 한 부분. 한국의 ‘최대 수혜 품목’인 만큼 미국의 불만이 높다.

한미 양국은 배기량이 1.5L 이하인 승용차와 1.5∼3.0L 이하 승용차에 대해 관세를 즉시 없애고 3.0L 초과 승용차에 대해서는 앞으로 3년 안에 관세를 철폐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픽업트럭 부문도 미국 자동차 ‘빅3’가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분야라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 측이 관세율 및 관세 철폐 기간 장벽을 높이려 할 소지가 크다.

미국은 그동안 자국 자동차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픽업트럭의 관세를 25%로 다른 자동차(2.5%)에 비해 높게 유지해 왔다. 한미 FTA에서는 이 관세를 10년 안에 철폐하기로 돼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관세율을 10%로 유지하거나 철폐 기간을 15∼20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현재로서는 한국 자동차업체들이 미국 시장을 겨냥해 픽업트럭을 만들고 있지는 않지만 관세가 없어질 경우 사실상 가격경쟁력이 25% 생기는 셈이어서 업계에서는 관련 시장을 빠른 시간 안에 잠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왔다.

미국 정부는 또 2007년 기준으로 한국은 미국에 67만 대의 자동차를 수출하지만 미국 자동차를 8200대 수입하는 ‘불균형 상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제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정부가 미국산 차 구매를 늘리는 데 직접 나서도록 주문하거나 미국 차의 한국시장 점유율이 늘어나는 만큼만 한국산 차에 FTA 특혜관세를 적용하는 등의 제안을 내놓을 수 있다.

○ 수정불가론 vs 현실론

일각에서는 오바마 당선인이 막상 집권하면 FTA 수정론을 고수하는 게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무역으로 인한 피해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무역조정법안(TAA) 연장안을 처리하는 대가로 비준동의안을 통과시킬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하지만 정부와 의회를 보호무역주의 전통이 강한 민주당이 모두 장악하게 된 상황에서 자동차노동조합 등 거대 지지 세력을 의식해 FTA 추가 협상론을 쉽사리 포기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미국이 이미 서명한 협정을 뒤집을 경우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신용도에 문제가 생기는 데다 지금 상태에서도 비준하기 어려운데 재협상을 해 다시 비준하라는 건 매우 힘든 얘기”라면서 재협상 또는 추가 협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정부는 또 미국 자동차산업의 어려움은 FTA 추가 협상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추가 협상을 받아들여 실속을 챙기자는 ‘실용론’도 나온다.

이화여대 법대 최원목 교수는 “업계 자율 규제 형식으로 수출량을 통제하거나 픽업트럭 개발을 늦춰주고 그 대신 개성공단 원산지 문제를 다룰 역외가공위원회 일정을 앞당기는 등 환경변화에 맞추어 새로운 ‘이익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현실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 영상취재: 동아일보 사진부 전영한 기자


▲ 영상취재: 동아일보 사진부 전영한 기자


▲ 영상취재: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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