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한미 통화스와프, 폭풍치는데 우산하나 더 받은 것"

  • 입력 2008년 10월 30일 16시 13분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30일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에 대해 "폭풍 치는데 우산 하나 더 받은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한국만 폭풍을 피해갈 수도 없고 우산 하나 더 있다고 폭풍우를 막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장 교수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국이 미국에 원화를 주고 최대 300억 달러를 받아 쓸 수 있는 통화스와프 계약에 대해 "없는 것보다 낫지만 우리나라 1일 외환 거래액이 400억 내지 600억 불이므로 하루치도 안 된다"고 평가했다.

"단기적으로 잠시 급할 때 쓰는 정도는 될지 모르겠지만 근본적으로 이게 우리나라의 외환 위치를 어떻게 개선할 수는 없는 것"이라는 진단이다.

그는 "우리나라 외환보유고만 2400억 불이니까 그거에다 10% 정도 더한 것"이라며 "세계 외환 거래액은 하루에 2조 달러로 진짜로 누가 마음먹고 투기를 하기 시작하면 (이를 막기엔) 어림도 없는 액수"라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근본적으로 세계 외환시장이 지나치게 커져 환투기가 너무 많아진 게 문제이지 지금 이 상황에서 몇백억 불 더 있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 될 일은 아니다"면서 "근본적 시스템 개선이 없으면 결국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계속 피해를 보게 된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의 신용 부도 스와프 수치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해 말레이시아, 브라질보다 국가 부도 위험도가 높다는 등의 시중의 우려에 대해 "어느 나라가 부도율이 높다, 이런 것들이 객관적 지표가 있는 게 아니라 다 짐작인 경우가 많으므로 그걸 꼭 너무 믿고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문제는 사람들이 그렇게 믿기 시작하면 진짜 그게 실현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10년 전 외환위기 이후에 자본시장을 활짝 열어놓고 난 다음에 굉장히 어려움이 많은 것"이라며 일정 정도 외국 자본에 대한 통제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자기네 통화가 기축통화가 되는 미국, 유럽, 일본 등은 영향을 안 받지만 우리나라처럼 우리 돈을 갖고 나가 외국에서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는 자본을 통제하는 게 맞다"고 거듭 강조했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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