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사장단회의는 ‘재계 나침반’

  • 입력 2008년 10월 29일 03시 02분


“9월 위기설 없다”등 경제 전망… 타사 경영자료로 활용

일부선 “너무 낙관적” 비판도

삼성그룹 사장단협의회의 정기 수요회의가 요즘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재계의 참고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을 비롯해 모두 33명의 사장단협의회 멤버가 수요회의를 통해 경제 상황을 진단하고 전망하는 내용이 삼성의 계열사뿐만 아니라 중소 수출업계 등의 경영 참고자료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 정보기술(IT) 제조업체의 한 임원은 “삼성과 아무런 거래관계가 없지만 최근 삼성 사장단협의회에서 나오는 시의성 있는 예측이나 전망을 사업 계획 등에 활용하고 있다”며 “현장에서 일하는 최고경영자(CEO)들의 얘기라 더 믿음이 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4월 발표된 삼성의 경영 쇄신안에 따라 7월 1일 출범한 삼성 사장단협의회가 의미 있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9월 3일 회의 때부터다. 그 전까지는 각계각층의 전문가를 불러 강연을 듣는 ‘내부 공부 모임’의 성격이 더 강했다.

이 회의에서 당시 사회적 혼란을 불러일으킨 이른바 ‘9월 위기설’에 대해 “과장된 측면이 많으며 큰 문제는 없다”는 진단을 내렸다. 또 “삼성은 투자와 고용을 기존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경제5단체 관계자들은 “삼성 사장단의 이런 분명한 태도는 ‘9월 위기설’의 확산을 막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사장단협의회는 미국발(發)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이후에도 재계의 무게중심을 잡는 기능을 해오고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이달 8일 수요회의에서는 “지금의 금융위기가 ‘한국형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내년 평균 기준 환율로 △달러당 1040원 △100엔당 976원을 제시했다.

또 22일 회의에서는 “중국 경제는 베이징(北京) 올림픽 이후에도 경기침체 없이 8%대의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재계 일각에서는 사장단협의회의 이 같은 분석이나 전망에 대해 “너무 낙관적이다. 현 정부의 입맛에 맞는 얘기만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도 없지 않다. 이에 대해 삼성의 한 고위임원은 “철저히 경영적 판단일 뿐 정치적 고려는 있을 수 없다”고 일축했다.

삼성 사장단협의회 멤버 33명의 평균연령은 59세다.

출신 대학별로 분류하면 서울대가 12명(36.4%)으로 가장 많다. 이어 △성균관대 5명 △연세대 4명 △고려대 3명 △한양대 부산대 각 2명 등이다. 인하대 경북대 경상대 서강대 영남대도 1명씩 있다.

대학 전공별로는 경영학과가 10명(30.3%)으로 1위고 전기공학과(5명), 경제학과(4명), 전자공학과(3명), 법학과(2명) 순이다.

삼성 측은 “이 외에도 정치외교학과 무역학과 수의학과 사학과 농학과 수학과 신문방송학과 등의 여러 전공 출신들이 있다”며 “그런 다양성이 사장단협의회의 힘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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