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환율방어, 實彈인가 失彈인가

  • 입력 2008년 10월 10일 02시 54분


어제 장중 113원 급등락… 당국 개입으로 5일 만에 하락

정부 “외환보유액 동원 적극대응… 은행도 지원”

“실탄 넉넉해도 자본 유출 계속 땐 위험” 우려도

9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최고치가 1485.0원, 최저치가 1372.0원으로 하루 변동 폭이 113원에 이르렀다. 하루 변동 폭이 100원을 넘긴 것은 올해 들어 처음.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월 15일의 145.0원 이후 10년 9개월 만에 최대 변동 폭이었다.

개장 초 치솟던 이날 환율은 정부의 개입과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발표를 기점으로 5거래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이날 외환시장에 15억∼20억 달러를 쏟아 부은 것으로 추산했다.

환율 진폭은 축소됐지만 줄어드는 외환보유액에 대한 우려도 날로 커지고 있다.

9월 말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2397억 달러로 세계 6위 수준. 정부가 환율을 잡기 위해 달러를 시장에 본격적으로 내놓기 직전인 6월 말과 비교하면 184억 달러 줄었다. 정부는 앞으로 100억 달러를 금융회사에, 50억 달러를 수출중소기업에 지원하기로 발표해 외환보유액 감소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장보형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외국인 투자가들은 전 세계에서 투자했던 돈을 회수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의 개입이 의도와 달리 이들의 자본 유출만 돕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1992년 8월 영국 정부가 파운드화 환율 방어를 위해 200억∼300억 파운드를 퍼부었지만 결국 조지 소로스 퀀텀펀드 회장을 필두로 한 헤지펀드 세력에 막대한 이익만 안겨주고 환율 방어에는 실패한 경험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단호한 모습이다. 세계 각국의 금리 인하와 미국의 구제금융법안 통과에 따른 파급 효과가 본격화하는 향후 일주일, 길게는 한 달이 이번 위기의 향방을 결정할 고비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개입의 시기를 놓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서울 구로구 구로동 벤처산업협회에서 열린 중소·벤처기업 최고경영자(CEO)와의 간담회에서 5000억 원가량의 금융지원을 약속하면서 “외환보유액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부족한 상태도 아니고, 보유액은 이럴 때 쓰기 위해 쌓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지나치게 환율이 오를 때 개입해야 하는 건 맞지만 언제, 어떻게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며 “시장에 달러를 풀 수도 있지만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다면 돈이 필요한 은행에 직접 지원하는 방법이 더 낫다”고 말했다. 환율 안정보다는 국가 및 은행의 외환지불능력 유지가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도 은행 등 금융회사 간의 신용 경색이 이번 위기의 핵심 고리라 보고 최대한 유동성을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강 장관은 “정부는 어떠한 경우라도 은행에 디폴트(부도)가 나지 않도록 지원할 테니 불안해 할 필요 없다”고 덧붙였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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