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지는 돈창구, 심해지는 돈가뭄… 서민 속탄다

  • 입력 2008년 10월 7일 02시 56분


은행 제2금융권

대출 죄며 현금확보 나서

대출 고정금리 10% 돌파

이자폭탄 현실화

《중소기업에 다니는 회사원 김모(39) 씨는 5월에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3억6000만 원짜리 아파트를 사면서 은행에서 변동형 주택담보대출로 1억5000만 원을 빌렸다. 6%대 중반이던 대출금리는 이제 7%를 넘어서 한 달 이자로만 100만 원 가까이 나간다. 김 씨는 “부족한 생활비를 마이너스통장으로 메우고 있다”면서 “이자 부담이 너무 커져 금리가 낮은 대출로 바꿔보려고 은행에 찾아가 여러 번 사정해 봤지만 은행은 ‘새로 대출해줄 돈도 부족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더라”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한국 서민들의 돈줄까지 죄기 시작했다. 》

○ 은행들 “회수 확실해야 빌려준다”

이번 주 시중은행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는 2002년 이후 처음으로 10.0%에 진입했다. 게다가 올해 초까지 가계에 돈을 빌려주려고 마케팅에 열을 올리던 시중은행들은 최근 대출을 급속히 억제하고 있다.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어렵다 보니 확실하게 회수가 가능한 대출이 아니면 웬만해서 돈을 빌려주지 않으려는 것.

하나은행은 이전보다 높은 신용등급을 갖춰야 돈을 빌려주는 쪽으로 신규대출 자격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은행 관계자는 “요즘은 가계대출을 심사할 때 수익이 얼마나 날 것인지보다 대출의 건전성을 더 따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지점장도 “신용이 확실한 전문직 이외의 일반 직장인 대출은 소득, 타행대출 등을 조사해 전보다 까다롭게 대출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 은행에서 대출받기 힘든 서민들이 주택구입자금을 마련할 때 도움이 됐던 한국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도 재원 부족으로 허덕이며 대출을 억제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하는 주택저당증권(MBS)의 채권 가산금리(국공채 금리에 발행주체의 위험도를 고려해 덧붙이는 금리)는 연초 0.4%포인트에서 최근 2%포인트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이에 따라 10년 만기 고정대출 보금자리론의 금리 7.25%보다 조달 비용이 더 높아졌고 상품을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나는 상태다. 이에 따라 주택금융공사는 예전에는 허용되던 ‘갈아타기’ 목적의 대출을 중단했다.

○ 대부업체들 “빌려줄 돈이 없다”

보험사, 신용카드업체, 캐피털 회사들도 가계신용의 부실 우려가 높아지자 대출 및 연체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A카드회사는 지난달 말 리스크관리본부 아래 있던 연체관리 부서를 따로 떼어내 본부로 만들었다. 고객 연체율이 높아지는 것에 대비해 연체한 카드 대금을 회수하는 조직을 강화한 것. 이 회사 관계자는 “연체관리 부서가 독립된 것은 2003년 신용카드 사태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대부업체들마저 자금 확보가 안 돼 영업을 중단하거나 축소하고 있다. 한 대부업체 관계자는 “대형 대부업체의 자금조달원인 저축은행과 캐피털사가 자금을 죄면서 소액신용대출이 최근 3개월간 70% 급감했다”며 “급전을 찾는 서민 고객들은 늘고 있는데 우리도 돈을 조달하지 못해 대출을 못해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고 대출이자는 높아지면서 서민들 중에 집을 경매에 넘기는 사람도 늘고 있다. 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8월 수도권 주거용 부동산의 경매 진행 건수는 총 2085건으로 7월 1493건에 비해 40% 늘었다. 또 최근 경매 접수 건수도 급격히 늘고 있다.

지지옥션의 강은 팀장은 “대출금리는 높아지고 부동산 가격은 떨어지고 있어 금융회사에서 주택구입자금을 많이 빌린 서민들은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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