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도 경영… ‘개발=대박’시대 끝났다

  • 입력 2008년 9월 17일 02시 55분


《게임 개발로만 ‘대박’을 노리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게임도 경영 마인드를 갖춰야 살아남는 시대다.

게임산업 초창기에는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 출신의 최고경영자(CEO)가 많았지만 그동안 관련 산업이 커지면서 개발자에 대한 의존도가 점차 낮아지고 있다.

일부 게임업체가 무리한 투자와 운영으로 문을 닫거나 인수당하면서 최근에는 경영전략으로 무장한 30대 후반∼40대 초반의 ‘전문경영인’ 출신 2세대 CEO가 늘어나고 있다.》

■ 게임업체 2세대 전문CEO들의 ‘게임 이야기’

“수년간 공들인 대작 실패땐 한동안 굶는 악순환 되풀이”

“사장실 없애고 계급장 떼고 직원과 아이디어 끝장 토론”

“업계서 손가락 꼽는 중국통 신뢰경영으로 中진출 가속”

○ 리스크는 나눠 담아라

CJ인터넷 정영종(44) 대표는 LG애드와 야후코리아 등에서 10년 가까이 브랜드 마케팅을 담당했다.

정 대표는 “게임회사 운영은 주식 투자와 같아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대박’과 ‘쪽박’이 갈린다”며 “지금처럼 하나의 대형작에 다걸기(올인)하는 국내 게임산업 구조는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수백억 원의 돈과 몇 년의 시간을 들인 작품이 실패할 경우 당장은 물론이고 새 게임을 준비하는 기간 내내 굶는 구조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실제 엔씨소프트나 한빛소프트 등 대형 업체들조차 2004년 이후 큰 성공작을 내지 못하고 있다.

정 대표는 “CJ인터넷은 대박을 터뜨리진 못했지만 다중접속온라인게임(MMORPG), 캐주얼 게임, 1인칭슈팅게임(FPS)을 넘나드는 다양한 유통 구조로 리스크를 줄여왔다”고 설명했다.

○ 아이디어는 귀로 확인하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네오위즈게임즈의 사무실에는 사장실이 없다.

제일기획과 새롬기술을 거쳐 네오위즈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입사한 최관호(37) 대표는 지난해 CEO로 취임하면서 사장실을 없앴다. 대신 평사원들과 섞여 일반 사무실 한 구석에서 일한다.

“변화와 혁신은 계급장 떼고 끝장 토론을 할 때에만 이뤄진다고 생각합니다.”

최 대표는 “네오위즈게임즈는 역사가 짧다 보니 생존을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에 승부수를 걸었다”며 “개발자 특유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뿐 아니라 일반 직원이 툭툭 던지는 아이디어도 살리는 게 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게임으로 친다면 레어아이템(구하기 쉽지 않은 아이템)을 구하는 과정인 셈이죠. 득템(得+item·‘아이템을 구한다’는 의미의 게임 용어)은 언제 어떻게 하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귀를 열고 있어야 해요.”

○ 제작보다 중요한 판매 기술

세계 70여 개국에 댄스게임 ‘오디션’ 등을 수출하고 있는 예당온라인은 해외 매출이 총매출의 절반에 육박한다. 2006년 취임한 김남철(37) 대표의 성과다.

국립대만사범대를 졸업한 김 대표는 게임업계에선 소문난 중국 전문가다. 대만에서 10년 가까이 살았던 그는 지금도 중국과 대만 등 해외사업 총괄을 맡고 있다.

예당온라인의 중화권 사업자들은 대부분 그가 대만 거주 당시부터 알고 지내던 지인들이다. 덕분에 인간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한 안정적인 사업이 가능하다고 한다.

김 대표는 “해외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현지 사업자들과의 신뢰 관계”라며 “한 작품이 잘 안 되더라도 변함없이 우릴 믿고 재계약할 수 있는 해외 파트너를 찾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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