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펀드 3개월 수익률 -31.20% ‘어쩌나’

  • 입력 2008년 9월 9일 02시 56분


국내 금융회사에 다니는 신모(40) 차장은 올해 5월 중순 러시아펀드에 2000만 원을 거치식으로 투자했다. 러시아가 원자재 값 상승의 수혜국인 만큼 단기간에 고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투자를 시작한 지 며칠 동안 신 차장이 가입한 러시아펀드의 수익률은 플러스를 기록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8월 그루지야 사태가 터지고 원자재 값이 안정되면서 러시아펀드의 수익률은 급락했다. 신 차장은 고민 끝에 지난달 말 490만 원(―24.53%)의 손실을 입은 채 펀드를 환매했다.

올해 초 유망 펀드로 주목받았던 러시아펀드의 수익률이 그루지야 사태와 원자재 값 하락 등으로 악화되면서 러시아펀드 투자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환매하자니 손실 폭이 큰 데다가 장기적으로 러시아 증시가 크게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 펀드 전문가들에게 러시아 증시 전망과 러시아펀드 투자 전략 등을 들었다.



○ ‘펀드 환매할까?’ 전문가 의견 엇갈려

러시아 RTS지수는 올해 5월 19일 2,487.92로 고점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하락해 이달 1일에는 1,666.52까지 떨어졌다.

8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5일 기준 러시아펀드의 3개월 수익률은 ―31.20%, 6개월 수익률은 ―22.67%로 전체 해외 주식형펀드의 수익률보다 10%포인트 이상 낮다. 1년 수익률만 ―11.06%로 전체 해외 주식형펀드의 평균보다 3%포인트 높다.

러시아 증시에 대한 국내 펀드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하나대투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 증시가 원자재 가격 안정, 그루지야 사태, 기업 세무조사 등으로 악화됐지만 장기적으로 투자가치가 풍부하다”고 분석했다.

하나대투증권 김대열 연구원은 “러시아 증시는 주가수익비율(PER)이 7.9배 정도로 다른 브릭스 국가인 브라질(12.7배) 중국(17.9배) 등에 비해 낮아 매력적”이라며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조정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자원이 풍부해 안정적 경제성장이 가능한 만큼 지금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전망했다.

러시아 경제의 ‘성장성’보다 ‘불확실성’에 더 무게를 두는 의견도 있다.

대우증권 이병훈 펀드리서치파트장은 “러시아 증시는 70%가 에너지 관련 기업인 만큼 증시의 등락이 유가에 의해 좌우된다”며 “유가가 지금보다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이지 않고 정치적 리스크가 있는 만큼, 기존 러시아펀드 가입자들은 일부 손실을 보더라도 다른 펀드로 갈아타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권유했다.

○ 변동성 큰 신흥시장, ‘다걸기’ 피해야

펀드 전문가들은 러시아와 같은 신흥시장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분산투자의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굿모닝신한증권 이계웅 펀드리서치팀장은 “글로벌 증시 전체에서 신흥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30%인데, 투자자들은 해외펀드에 투자할 때 신흥시장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짠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신흥시장 투자비중이 큰 투자자들은 하반기 기술적 반등이 올 때마다 조금씩 부분환매를 해 적정 비율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한국투자증권 박승훈 연구원은 “에너지펀드, 동유럽펀드, 브릭스펀드 등은 이름만 다를 뿐 모두 러시아와 연관된 펀드”라며 “전체 투자 포트폴리오 중 이러한 펀드의 비중이 큰 투자자라면 반등 시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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