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펀드, 너마저…

  • 입력 2008년 9월 6일 02시 58분


《글로벌 경기 둔화 등으로 세계 증시가 급락하면서 해외 증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파생상품펀드의 수익률이 급락하고 있다. 특히 2005년 11월과 12월 우리은행과 우리투자증권을 통해 판매된 파생상품펀드인 ‘우리파워인컴펀드 1호’와 ‘2호’의 손실이 최근 크게 늘어나자 일부 투자자는 “판매사가 상품구조를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았다”며 법적 대응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파생상품펀드는 판매 당시에는 안정성과 수익성이 뛰어난 상품으로 알려졌지만 이 펀드가 투자했던 종목 가운데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위기에 처한 패니메이 등이 다수 포함돼 수익률이 급격히 악화됐다.

○ 세계 증시 하락으로 손실 위험 급증

‘우리파워인컴펀드 1호’와 ‘2호’는 미국과 유럽의 우량주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장외파생상품을 편입해 3개월마다 ‘5년 만기 국고채 금리+1.2%포인트’의 확정금리를 지급하고, 만기에 정해진 조건에 따라 만기 지급액이 결정되는 6년 만기 파생상품 펀드다.

이 펀드가 투자하는 미국과 유럽의 우량주는 국제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로부터 한국 국가신용등급과 같은 ‘A3’ 등급 이상을 받은 종목들로, 안정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으며 지금까지 2300여 명에게 1800억 원어치가량 팔렸다.

하지만 만기 때 큰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충족해야 할 일정한 조건이 있었다. 편입된 주식들의 주가가 기존 시점과 비교해 65%를 초과해 떨어지는 횟수가 56회 이상이면 원금 손실이 날 수 있는 구조로 돼 있다.

그런데 이 펀드가 투자한 포트폴리오에는 미국 양대 모기지 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미국 최대 모기지업체인 컨추리와이드 파이낸셜 등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미국 금융회사들이 포함돼 있었고, 이 회사들의 주가가 폭락하면서 이 펀드의 수익률도 급락했다.

5일 현재 ‘우리파워인컴펀드 1호’와 ‘2호’의 누적 수익률은 ―44.94%와 ―81.10%를 보이고 있고, 손실액이 9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만기 지급액이 결정되는 시점까지는 아직 3년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지만 투자자들은 원금을 모두 까먹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 주가연계펀드도 원금 손실 대비해야

하락장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상품이라고 인식돼 왔던 주가연계펀드(ELF)도 올해 하락장에서 원금 손실을 내 투자자들의 가슴을 멍들게 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올해 상환된 ELF 351개 가운데 원금 손실이 난 것은 12개다.

원금 손실을 본 ELF 가운데 2005년에 나온 ‘삼성투스타파생상품24’는 수익률이 ―45.33%로 투자자들은 원금의 절반을 잃은 셈이 된다. 한국투신운용의 ‘해피엔드조기상환2스타3단위파생상품S1’도 역시 ―45.28%의 수익률로 절반 가까운 손실을 냈다.

ELF상품의 특성상 상품 구조가 상당히 복잡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상품 구조에 대해서 잘 모르고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ELF에 가입할 때 복잡하고 어렵더라도 상품 구조를 따져보고 가입해야 손해를 보지 않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제로인 이수진 연구원은 “하락장에서는 수익률보다는 하락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투자증권 박승훈 연구원은 “상품을 판매하는 사람이 아무리 좋은 상품이라고 권해도 자신이 생각하는 종목, 지수의 전망과 일치하지 않으면 가입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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