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길라잡이]주가전망보다 기업분석을 보라

  • 입력 2008년 8월 23일 03시 12분


틀리거나 한발 늦은 날씨예보로 기상청은 여름 내내 동네북 신세였다. 기상청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사람들은 아예 “그때 가 봐야 안다”는 식으로 예보를 무시하거나 심지어 막연한 감(感)을 근거로 스스로 날씨를 예측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신경통, 개구리 울음, 구름 모양 등 나름대로의 비법을 갖고 국민 모두가 기상 전문가를 자처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기상예보에 대한 불신이 큰 데에는 국민의 기대가 과도한 탓도 있다. 48시간이 넘는 미래의 기상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걸 맞히라는 것은 점쟁이가 되라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48시간 이내, 특히 ‘실황방송(nowcast)’이라 불리는 6시간 이내 단기간 예보는 적중 확률이 매우 높아지지만, 이 역시 족집게 수준의 정확도를 요구하는 대중의 기대에는 여전히 못 미칠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나마 기상 예측이 다른 어떤 분야의 예측보다 가장 발달돼 있고 성과가 뛰어나다는 것이다. 경기 예측, 미래학, 장래 인구추계, 경영 예측 등 다른 모든 예측 분야의 기술과 성과는 기상 예측을 따라가지 못한다. 물론 주가 예측도 마찬가지다.

주가가 폭락하자 투자자와 매체들은 “왜 전문가들이 미리 예측하지 못했느냐”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그 뛰어나다는 기상 예측의 정확성도 신통치 않은 판에 주가 예측에 대단한 기대를 거는 것 자체가 잘못 아닐까? 피터 린치의 표현대로 주가 예측은 ‘점쟁이의 쓸모없는 말’과 같을지도 모른다.

그럼 증권 분석이나 시장 분석이 무슨 필요가 있느냐고? 점쟁이는 ‘결론’에 해당하는 ‘예측’만 말하지만 분석가는 기업 재무분석, 영업현황 등 ‘본론’이라 할 수 있는 ‘정보’를 전달해 준다. 보고서를 작성할 때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곳도 바로 이 부분이다. 반면 리포트의 결론에 해당하는 주가 전망은 분석가 본인이 가장 자신 없어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따라서 투자자들이 투자 결정을 할 때 참고해야 하는 것은 어설픈 주가 전망이 아니라 바로 본론에 해당하는 구체적 사실과 정보여야 한다.

바쁜 세상을 살면서 우리는 항상 “결론부터 말하라”고 다그친다. 그리고 결론을 듣고 나면 본론에 대해서는 귀를 닫아 버린다. 현명한 투자자라면 그 반대여야 한다. 결론은 빼고 본론만 보는 것이다. 그런 후에 결론은 스스로 내려야 한다.

강성모 한국투자증권 퇴직연금연구소장·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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