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물가 6%대 진입 막아라”

  • 입력 2008년 8월 16일 02시 59분


■ ‘마지노선’ 사수 총력전

6% 넘으면 ‘인플레 심리’ 자극

유가하락… 상승률 둔화 가능성

공공요금 - 환율 상승 변수될 듯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로 진입할 것인가.’

요즘 기획재정부 고위 관료들의 최대 관심사다. 하반기 경제정책 운용의 큰 방향이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달렸기 때문이다. 8월 물가상승률은 9월 1일 발표된다.

물가상승률이 6%를 넘으면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이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5.9%였다.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에 육박할 때만 해도 정부 내에서는 하반기 물가상승률 6%대를 기정사실화하는 암울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최근 한 달 동안 유가가 약 20% 급락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국제유가의 변동은 약 2주 후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된다. 지난달 중순부터 내리기 시작한 유가가 8월 들어 국내가격에 반영되면서 물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름값도 떨어졌다.

재정부 관계자는 “최근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있는 데다 지난해 기저(基底)효과를 감안하면 9, 10월부터는 물가상승률이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8월 물가”라고 말했다.

재정부 내에서는 유가가 하락세를 이어간다면 8월 물가상승률을 6% 밑으로 억제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유통업체들이 최근 정부 수립 60주년을 맞아 세일에 들어간 것도 긍정적인 신호. 하지만 폭염으로 인한 과일 및 채소 가격 급등, 달러화 강세로 인한 환율 상승, 공공요금 인상 등 변수는 여전하다.

실질적으로는 물가상승률이 5.9%나 6%나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도 정부가 소비자물가 상승률 6%에 신경을 쓰는 것은 6%를 ‘기대 인플레이션 확산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보기 때문이다. 정부는 물가상승률이 6%를 넘으면 임금 인상 요구가 거세지고 이에 따라 연쇄적으로 물가가 다시 오르는 악순환이 시작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도 최근 낸 보고서에서 “3분기(7∼9월)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확산될지를 결정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물가가 6%대로 오르면 하반기 경제운용 방안을 짤 때 하반기 물가상승률로 가정한 4.5%와 격차가 벌어진다. 물가가 최우선 정책목표가 되면서 성장률 4.7%를 달성하기도 힘들어진다.

이 때문에 재정부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잡기’ 성공 여부의 분기점이 되는 몇 달간만이라도 공공요금을 동결하기 위해 공기업과 관련 부처들을 설득하고 있다. 최근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점을 들어 일부 업종이 기존에 올린 가격을 다시 내리도록 분위기도 다잡고 있다. 김동수 재정부 1차관은 최근 공개석상에서 “밀가루 가격이 내려갔으니 관련 업체들이 라면과 빵 등 서민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품목의 가격을 내려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강만수 재정부 장관도 최근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와인, 맥도널드 햄버거 가격을 거론하며 유통구조 개선을 각 부처에 요구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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