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한 KDI까지 “경기 하강세”

  • 입력 2008년 8월 7일 03시 05분


소비 줄고 재고 늘어… 기업 투자도 해외편중

유가하락세-美 경기 꿈틀 ‘침체’까진 안갈 듯

국책연구기관으로 경기 판단에서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 오던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국내 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음을 인정했다. KDI는 6일 ‘경제동향’ 보고서를 통해 6월 소비재판매액이 감소세로 돌아서고 생산자재고가 큰 폭으로 확대됐음을 들어 “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KDI 이재준 박사는 “생산이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소비가 빠르게 위축되고, 이에 따라 재고가 큰 폭으로 확대되면서 경기가 ‘둔화’되는 이상으로 ‘하강’이 뚜렷해진다고 판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통계청과 민간연구소들은 일찍이 경기 하강을 거론했지만 KDI는 둔화 가능성, 완만한 둔화, 둔화 지속 등의 표현을 써 가며 하강 판단을 피해 왔다.

통계청은 4월 발표한 ‘3월 산업활동 동향’에서 “경기가 하강국면으로 전환하는 신호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하강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한 바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6월 소비재판매액은 전년 동월 대비 1.0% 줄어 23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고, 생산자재고는 15.9% 늘어 11년 반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6월 소매판매액 동향’에서도 소비심리 위축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6월 소매판매액은 전년 동월 대비 6.8% 증가하는 데 그쳐 4월 10.6%, 5월 10.1%보다 증가율이 크게 둔화됐다. KDI는 또 6월 취업자 증가율이 0.6%에 그쳤고 소비침체가 지속될 경우 하반기 취업자 증가폭이 더 둔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최근 기업의 투자가 경기 진작 효과가 큰 실물 투자보다는 해외직접투자나 인수합병(M&A)에 치우친 것으로 조사되면서 기업 투자에 따른 고용 창출과 경기 진작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날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08년 상반기 해외직접투자 동향’에 따르면 대기업이 올해 상반기에 해외자원개발 및 현지법인 설립 등을 위해 해외에 직접 투자한 금액은 모두 85억4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2.9% 늘어났다.

이에 따라 전체 기업의 해외직접투자 금액도 147억2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2.8% 늘었다.

한국은행도 5일 내놓은 ‘우리나라 기업의 투자행태 변화’에서 국내 기업이 지난해 신고한 국내외 M&A 금액이 33조9000억 원으로 2005년보다 76.6% 늘었다고 밝혔다. 실물 투자보다는 위험이 낮은 M&A에 집중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KDI는 한국 경제가 ‘침체’ 단계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들어 유가가 지속적으로 내려가고 있고, 미국의 금리 동결과 이로 인한 미국 및 국내 주식 동반 상승 등 경기 회복의 전조가 보이고 있기 때문.

이재준 박사는 “6월 경상수지가 6개월 만에 흑자를 기록하는 등 급속 냉각되고 있는 내수와 달리 수출이 여전히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며 “이르면 4분기(10∼12월) GDP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3%대로 떨어지면서 저점을 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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