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선 집값

  • 입력 2008년 7월 11일 03시 13분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고금리 압박… 매수세 실종…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55) 씨는 최근 한 달간 문의전화를 받아본 적이 거의 없다. 하도 전화가 오지 않자 김 씨는 사무실 전화기가 고장 났는지 확인하기 위해 본인의 휴대전화로 직접 전화를 걸어보기도 했다. 김 씨는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거래가 되지는 않아도 문의전화는 간간이 왔다”며 “외환위기 직후보다 상황이 더 심각한 것 같다”고 우려했다.

서울 강남권의 아파트 값도 하락폭이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 아파트 재건축을 준비 중인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5단지 112m²는 1월 초 평균 매매가가 13억2500만 원 정도였지만 현재는 11억2000만 원 선으로 2억500만 원이 내렸다.

GS건설이 지난달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서 분양한 ‘반포자이’도 2.02 대 1의 청약경쟁률을 나타내 강남권 대기수요를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실제 계약률은 60%에 그쳤다.

최근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확산과 고(高)금리 등 거시경제 악재가 겹치면서 집값 하락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

○ 1, 2월 반짝 상승뒤 내내 뒷걸음

수도권 집값에 미치는 영향이 큰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는 최근 가격 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작년 12월 대통령 선거 직후 규제가 완화될 것이란 기대 등에 힘입어 호가(呼價)가 반짝 상승했지만 1, 2월을 뺀 상반기 내내 가격이 뒷걸음질을 쳤다. 일례로 서울 송파구 가락동 시영2차 63m²는 현재 평균 매매가가 9억750만 원 정도로 1월 초(10억7000만 원)보다 1억6250만 원(15.2%) 내렸다.

강남권은 물론 서울지역 전체도 집값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강남, 서초, 송파구 등 강남 3구의 아파트 값 상승률은 1월 0.11%, 2월 0.05% 등으로 보합세였지만 3월 ―0.06%, 4월 ―0.34%, 5월 ―0.29%, 6월 ―0.4% 등으로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 서울지역 아파트 값 상승률도 4월 0.73%를 나타낸 뒤 5월 0.47%, 6월 0.28%, 7월 들어 최근까지 0.05% 등으로 상승률이 둔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주택시장의 침체가 심화되고 있는 것은 주택시장 내부의 수급 이외에도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와 고금리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 주택담보대출금리 갈수록 치솟아

현재 주택시장에서 주식시장에서의 ‘투매’와 같은 ‘급매물 던지기’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금리가 올라 무주택자들은 주택시장 진입을 꺼리고 주택 보유자들은 집을 내놓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여기다 스태그플레이션이 장기화되면 가계의 실질소득이 줄면서 보유자산을 내다팔게 된다. 이 같은 움직임이 자산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경우 집값 전망은 더 어두워진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금리인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1일 연 5.37%에서 10일 연 5.44%로 0.07%포인트 올랐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따라 오르고 있다. 신한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1일 연 6.37∼7.77%에서 10일 연 6.40∼7.80%로 최저금리 기준 0.03%포인트 올랐다.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금리인 은행채 금리는 1일 연 6.51%에서 10일 연 6.69%로 0.18%포인트 올랐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의 고정형 주택대출 금리도 1일 7.55∼9.05%에서 10일 7.76∼8.86%로 최저금리 기준 0.21%포인트 올랐다.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앞으로 주택가격은 경제 전체의 여건이 얼마나 더 악화되느냐, 경제 회복이 얼마나 빨리 되느냐에 따라 변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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