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위해… ‘다이어트 욕심’ 다이어트 하세요

  • 입력 2008년 7월 4일 02시 58분


아이를 위해… ‘다이어트 욕심’ 다이어트 하세요

매일유업 박정숙 고객상담실장 ‘생생 토크’

이유식 만들땐 소주잔으로 양 맞추면 편리해요

《‘다소 고생스럽더라도 모유(母乳)를 먹여야 하나, 분유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아기를 가진 직장 맘들의 한결 같은 고민이다.

답답한 마음에 분유회사의 고객상담실로 전화를 건다면 뭐라고 대답해 줄까.

“모유를 먹이세요. 요즘 나오는 고급 분유들이 최대한 모유에 가깝게 만들어진다고는 해도 아직까지 아기에게 모유만큼 좋은 건 없어요.”

매일유업의 박정숙(42) 고객상담실장은 하루에도 수십 통씩 걸려오는 상담 전화에 ‘양심을 걸고’ 답한다. 분유회사에서 모유를 먹이라고 강조하면 고객들은 의외라는 반응을 보인다.

“물론 아기 엄마의 영양 상태에 따라 모유에도 영양소가 부족할 수 있어요. 모유의 양이 너무 적을 때도 있고요.

이럴 땐 아기에게 이유식이나 분유를 먹여 영양을 보충해 줘야죠.”》

○ 이모처럼 든든한 육아상담전문가

3일 서울 종로구 운니동 매일유업 본사에서 만난 박 실장은 큰이모처럼 후덕한 인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많게는 하루 100통까지 걸려오는 아기 엄마들의 전화에 일일이 푸근하게 상담해 주는 게 그의 일이기 때문이다.

박 실장은 “아기 엄마들이 점점 깐깐해지고 전문적인 육아 관련 지식을 찾게 되자 고객상담실의 역할이 아주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그가 1999년 매일유업에 입사할 때만 해도 이곳의 상담원은 5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제품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을 처리하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지금은 영양사 자격증을 가진 상담원이 30명으로 불어날 정도로 조직이 커졌다.

“상담원은 모두 아기를 낳아 본 엄마들이에요. 아기를 키워 봐야 아기 엄마들을 상대할 수 있죠.”

10여 년 동안 상담을 해 오며 기억에 남는 고객이 있는지 물어봤다.

“2월에 경남에 사는 20대 후반의 한 아기 엄마가 회사로 찾아왔어요. 임신 7개월째에 자궁에 이상이 생겨 구급차를 타고 서울까지 올라와 체중이 1kg도 안 되는 미숙아를 낳았대요.”

그 아기 엄마는 인큐베이터에 있는 아기에게 모유만으로는 충분한 영양을 줄 수 없어 모유에 섞어 먹이는 영양제의 일종인 모유강화제를 급하게 찾고 있었다. 워낙 소량 생산되는 제품이라 시중에서 구하기가 어려워 회사에까지 찾아온 것이었다.

“회사에도 재고가 없어 샘플을 한 통 드렸더니 너무 고마워하더라고요. 출산한 지 보름도 안 된 아기 엄마가 찬바람 맞으며 찾아온 게 안쓰러워 1시간 동안 함께 손을 부둥켜 잡고 울었죠.”

얼마 전 그는 아기 엄마로부터 다행히 아기가 잘 커 무사히 퇴원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고객상담실에 전화해 박 실장만 찾는 단골손님들은 아기 돌이라며 그에게 떡을 보내기도 한단다. 이들은 출산 후 힘없는 손으로 삐뚤빼뚤 써내려간 감사편지를 부치기도 한다.

○ “이유식은 소주잔으로 만들어야 제격”

박 실장은 문화센터나 주부커뮤니티, 대학에 강의를 나간다. 이유식 조리법을 강의할 땐 일단 소주잔부터 꺼낸다고 한다.

“요리할 때 요리책에 나온 대로 티스푼과 계량컵, 저울을 쓰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아기 엄마들이 쉽게 이유식을 만들 수 있게 소주잔으로 양을 맞추니 좋아하더라고요.”

젊은 여성들에게는 ‘다이어트 좀 작작 하라’고 강조한다.

“아기는 철저히 이기적인 존재예요. 엄마의 영양분을 모두 가져가 버리거든요. 엄마가 늙어서까지 건강하려면 젊을 때부터 잘 먹고 산후에도 급격한 다이어트는 금물입니다.”

초등학교 3학년과 6학년인 두 딸의 엄마이기도 한 박 실장은 “항상 아기를 처음 키울 때의 마음으로 상담을 한다”며 “외운 지식만 앵무새처럼 읊지 않고 아기 엄마의 마음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가 상담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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