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업계 ‘검은 눈물’

  • 입력 2008년 6월 25일 02시 58분


유가 폭등이어 중동-중국발 악재에 ‘살아남기 구조조정’

중동-중국 석유제품 직접 생산 바람

원가 경쟁 열세-수출길 크게 좁아져

지속적 M&A통해 ‘규모의 경제’ 추구

신기술 개발 박차… 경비절감 노력도




LG화학은 24일 코오롱의 고(高)흡수성수지(SAP) 사업을 약 900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했다. SAP는 유아 및 성인용 기저귀에 주로 사용되는 합성수지 제품으로, LG화학은 이번 인수를 통해 SAP의 원료(아크릴산)뿐 아니라 SAP까지 만드는 수직계열화를 이뤘다.

이에 앞서 LG화학은 2006년 1월 LG대산유화를, 지난해 11월 LG석유화학을 각각 합병하는 등 사업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반석 LG화학 부회장은 이날 “SAP 사업 인수 외에도 사업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M&A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혀 추가적인 ‘세 불리기’ 계획도 밝혔다.

석유화학업계가 M&A를 포함한 사업 구조조정에 적극적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석유화학업계 전반의 위기감을 잘 보여준다. 유화업계에서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며 “조만간 중소 석유화학 업체들이 잇달아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 중동 및 중국발(發) 악재

유화업계 위기설의 1차적인 진원지는 유가 폭등이다. 석유화학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 가격은 2005년 t당 500달러 선에서 최근 1100달러로 크게 올랐다.

하지만 중동 및 중국발 악재가 유화업계를 구조조정의 위기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유화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중동 등지에서 원유를 수입해 와야 한다. 국내에서 원유를 정제해 나프타를 뽑고, 나프타를 가열해 에틸렌을 만든다. 이어 에틸렌을 가공해 각종 합성수지나 합성섬유를 생산한다.

과거 중동 산유국들은 원유 수출에만 주력했다. 하지만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 주요 산유국이 잇달아 정유 시설을 만들어 에틸렌을 뽑고, 석유화학 완제품 생산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동 산유국이 직접 생산한 에틸렌 원가가 국내 에틸렌의 약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유화 제품 최대 수요처인 중국도 자체 생산설비를 중국 본토에 짓고 있다. 특히 글로벌 석유화학 기업들과 합작했기 때문에 규모와 기술 면에서 뛰어나다는 게 장점이다.

동양종합금융증권 황규원 애널리스트는 “내년 2분기(4∼6월)면 중국의 유화 플랜트가 본격 가동될 것”이라며 “국내 유화업체의 수출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살아남기 위한 구조조정

주요 유화 업체는 M&A를 통해 생존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원료 조달 단가를 낮추고 판매처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수직계열화를 통해 생산성을 높일 수도 있다.

LG화학은 LG대산유화, LG석유화학 합병을 통해 에틸렌과 각종 합성수지의 일관(一貫)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호남석유화학도 최근 “원가 경쟁력 강화와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한 시너지 창출을 위해 롯데대산유화의 흡수합병을 추진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선택과 집중 노력도 두드러진다.

코오롱은 SAP 사업을 매각하고 원사(原絲)사업을 ㈜코오롱 사업구조에서 분할하는 대신 부가가치가 높은 폴리이미드(PI) 필름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효성도 수익성이 낮은 화섬(化纖) 라인을 모두 정리하고 타이어코드와 스판덱스에 집중 투자했다. 현재 효성은 시장점유율 기준으로 타이어코드 세계 1위, 스판덱스 세계 2위를 달리고 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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