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정 내용 변경은 불행한 선례”

  • 입력 2008년 6월 23일 02시 57분


美상원 재무위원장 비판… 한미FTA 걸림돌 될지 촉각

막스 보커스(사진) 미국 상원 재무위원장은 21일 발표한 성명에서 “한미 간 합의는 양국이 4월 18일 체결한 협정의 내용을 실질적으로 변경했으며, 미국 쇠고기를 한국과 다른 나라들로 수출하는 데 불행한 선례를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보커스 위원장은 미국 상원의 자유무역협정(FTA) 처리 주무 상임위의 위원장으로서 쇠고기 시장 개방을 한미 FTA 처리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운 대표적 인물. 따라서 그가 추가협상 결과에 강한 불만을 표명한다면 한미 FTA의 미 의회 통과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

그는 또 “미국산 쇠고기는 국제수역사무국(OIE)이 안정성을 확인했다. 수출을 제한할 아무런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보커스 위원장의 지역구인 몬태나 주(州)는 미국 ‘쇠고기 벨트’의 중심지로 다른 주보다 ‘종자 소’의 사육 비중이 높아 30개월 이상 쇠고기 산출량도 많은 편이다.

클로드 버필드 미국기업연구소(AEI) 연구원도 “보커스 의원이 월령제한 등을 받아들일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워싱턴의 통상 전문가들은 “미국 의회가 겉으로는 ‘원칙의 훼손’을 이유로 행정부를 비판하겠지만 내심 부정적으로 보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유는 미국 측이 쇠고기 수출의 제일 큰 걸림돌로 보던 ‘뼈 있는 쇠고기 제한금지’가 풀려 원하던 것은 상당 부분 얻었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30개월 이상 쇠고기는 생산량 자체가 많지 않아 육류업계와 그들을 대변하는 의원들이 ‘30개월 이상 수출 포기’를 크게 문제 삼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21일 “미국산 쇠고기의 한국 수출 재개는 한미간의 무역관계가 증진되고 있다는 증거”라면서 “미 행정부는 한미 FTA에 대해 의회의 비준동의를 올해 안에 받을 수 있도록 계속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미 FTA가 미 의회를 통과하는 데 쇠고기 문제가 다시 걸림돌이 될지 여부는 오히려 한국 측의 태도에 달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손톱 크기의 뼛조각을 이유로 수입물 전량을 반송한 2006년의 ‘뼛조각 파동’ 같은 사건이 재연돼 미국 의회 관계자들이 “미국산 쇠고기가 한국에서 부당하게 배척당한다”고 느낀다면 이는 FTA 비준, 동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박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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