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다간…” 경영계획 긴급 수정

  • 입력 2008년 6월 9일 03시 01분


고유가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일부 기업이 하반기(7∼12월) 경영목표 수정에 착수하는 등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외국발(發) 악재가 심상찮은 상황에서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금지 여론을 총파업으로 연계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여 기업들의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8일 산업계에 따르면 대표적 내수 기업의 하나인 신세계는 이달 말 경영계획을 일부 수정하기로 하고 현재 각 사업 부문 경영현황 자료를 취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는 올해 매출 11조 원, 영업이익 8700억 원을 경영목표로 발표한 바 있다.

신세계 측은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 경기도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매출 신장에 힘쓰기보다 효율 중심으로 일부 경영계획을 조정할 수 있다”면서 “당초 경영목표 달성을 위해 에너지 절감 노력을 계속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자재를 수입해 국내에서 제조 및 판매하는 CJ제일제당 역시 자체 원가절감과 신제품 출시로 원자재 가격 부담을 버텨나간다는 계획이지만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급등에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부담이 겹치면서 원가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현 상황이 지속되면 올해 경영목표 수정도 불가피하다”고 털어놓았다.

유가 급등으로 직격탄을 맞은 항공 및 해운업계도 올해 들어 운임 인상으로 고유가 상황을 버텨나가고 있지만 한계에 다다른 모습이다.

특히 해상운임은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작년 같은 기간보다 50% 이상 급등했지만 선박용 연료인 벙커C유는 70% 가까이 올라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유류비가 30%를 차지하는 항공업계 역시 이미 일부 노선의 운항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조치를 취한 상태다.

그러나 대한항공이 1분기(1∼3월) 3000억여 원의 적자를 볼 정도로 긴급 상황이어서 유가 상승 추세가 꺾이지 않는 한 추가적인 노선 폐쇄가 불가피하다는 게 항공업계의 설명이다.

수출 비중이 높은 전자·정보기술(IT) 및 자동차 업체들은 그나마 경영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움직임이 노동계 총파업으로 이어질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사회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최근 쇠고기 재협상 논의가 불거지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들어가 있는 자동차 분야 내용이 변경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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