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 석양인가 새벽인가

  • 입력 2008년 6월 4일 03시 01분


5월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값이 올해 들어 월간 단위로 가장 큰 하락폭을 보인 가운데 바닥을 친 재건축 아파트 값이 6월에는 상승할 것이라는 ‘바닥론’과 규제 완화 난망으로 계속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약보합론’이 함께 나오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5월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값이 올해 들어 월간 단위로 가장 큰 하락폭을 보인 가운데 바닥을 친 재건축 아파트 값이 6월에는 상승할 것이라는 ‘바닥론’과 규제 완화 난망으로 계속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약보합론’이 함께 나오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5월 1.48% 최대 하락에도 이달 들어 잠실 개포 등 반등 조짐… 바닥론 논란

서울 강남권의 재건축 아파트 시장에서 ‘시세 바닥’ 논란이 커지고 있다.

올해 들어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값의 하락 폭이 계속 확대됐지만 이달 들어 일부에서는 반등 조짐도 나타나 “시세가 바닥권에 진입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3일 부동산정보업체인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5월 한 달 동안 강남권의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값은 1.48% 떨어졌다. 이는 월간 단위로 올해 들어 가장 큰 하락폭이다.

전반적으로 가격이 약세지만 이달 들어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개포동 등에서는 3000만∼5000만 원이 오른 곳도 나타나고 있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사장은 “급매물이 소진돼 가격이 추가로 급락하진 않겠지만 크게 반등할 이유도 없다”며 “실수요자라면 시세보다 10% 정도 싼 급매물을 꾸준히 기다리는 게 좋다”고 말했다.

○ 둔촌 주공, 5월 한 달 새 1억 원 하락

강동구의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5월 한 달 동안 4.05% 떨어져 강남권에서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강동구 둔촌동 주공1단지 82m²는 4월 말 9억7000만 원에 시세가 형성됐으나 한 달 새 1억 원 이상 떨어져 5월 말에는 8억5000만∼8억7000만 원에 거래됐다.

송파구에서도 5월 한 달 동안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값이 평균 2.61% 떨어졌다. 이는 강동구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하락률이다.

이 기간에 송파구 잠실주공아파트는 면적에 따라 2500만∼4000만 원 하락했다.

이 같은 하락세는 재건축 규제 완화가 지연되고 있는 데다 주변에서 새 아파트가 속속 입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잠실 1, 2단지 재건축 아파트 입주자 가운데 잠실주공 5단지나 둔촌주공 아파트를 보유한 ‘1가구 2주택’ 보유자들이 양도소득세 중과세를 피하려고 잠실 5단지 등을 급매물로 내놓기도 했다.

○ “급매물 대부분 소화… 매물 회수도”

이달 들어 강남권 중개업계에서는 “지난주를 기점으로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값이 바닥을 쳤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가격이 떨어질 만큼 떨어진 데다 강남권 대기 수요가 꾸준해 추가 하락은 없을 것이란 얘기다.

둔촌주공 인근의 S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이틀 전 둔촌주공 1단지 82m²를 9억2000만 원에 거래했다”며 “5월 말 같은 면적의 8억7000만 원대 급매물 30여 개가 소진됐다”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 5단지도 6월 들어 가격이 조금씩 오르고 있다.

5월 말 잠실 2단지 입주 예정자들이 내놓은 5단지 급매물이 대부분 팔리면서 5단지의 112m²는 이달 들어 3000만∼5000만 원 올랐다.

이곳 한솔공인 김동윤 사장은 “종합부동산세를 피하기 위한 매물도 5월 말 거의 소화돼 이제 가격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에서는 급매물을 회수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개포동 L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3일 “1단지 50m²를 4월 말 시세보다 7000만 원 정도 싼 9억4000만 원에 내놓았던 사람이 어제 매물을 거둬들였다”고 말했다.

○ 저가 매수 기회지만 서두를 필요 없어

부동산정보업계는 “강남 재건축 하락세가 진정되고 있지만 서둘러 매입할 필요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올해 중으로 재건축 규제 완화가 어려워 보이고 송파구 등에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많아 2주택 보유자들이 꾸준히 급매물을 내놓을 것이란 지적이다.

닥터아파트 이영호 리서치센터장은 “급매물 소진으로 올 하반기 하락 폭은 줄겠지만 강한 반등세를 보이긴 어렵다”며 “연말까지 시간을 두고 급매물을 찾아보라”고 조언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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