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마주보기]증시 차분… 실물경제 조금더 지켜볼때

  • 입력 2008년 5월 21일 03시 08분


《주식 시장이 참 애매모호하다. 벼랑 끝까지 갔다가 천신만고 끝에 기사회생했지만 아직 미덥지 않다는 투자가가 많다.

일단 1,800 선을 회복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났다는 것에 대한 증권시장의 ‘성의 표시’가 분명한 것 같은데 이제부터가 문제다. 이런 때일수록 향후 증시 방향을 결정할 실물경제의 형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실물경제의 전망은 그리 밝지 못하다.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했던 미국의 1분기(1∼3월) 경제 성장률이 0.6%로 추정되고 있어 그나마 선방했다. 하지만 미국의 각종 경제 지표는 1980년대 이후 가장 나쁘게 나타나 지금부터 본격적인 불경기에 진입할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과거보다 영향력이 떨어지긴 했지만 ‘썩어도 준치’인 미국 경제가 이런 형편이면 세계 경제도 잘 돌아갈 리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세계 유수의 경제기관들이 올해 글로벌 성장 전망을 일제히 낮추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최근 경제연구소들이 올해 전망치를 4% 중반대까지 내렸다. 이나마 세계 경기 상황에 따라 하반기(6∼12월)에 다시 하향 수정될지 모른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가 그렇게 참담한 처지로 몰리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미국을 제외하면 주요 국가들의 재정이나 경상수지가 과거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안정적이다. 여기에 원유와 원자재를 수출하는 국가들의 ‘국부(國富)펀드’가 막대한 돈의 투자처를 찾고 있으며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불경기를 막기 위해 유동성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있어 비관론자들이 주장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실현될 확률은 낮다.

우리 경제도 수출 경기가 살아나고 있어 당초 성장 목표까지는 몰라도 과거 5년간의 평균 성장률인 4.4%에 못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보면 우리 증시는 여전히 지난 5년간 유지됐던 거시경제 환경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 하반기 이후 험난했던 증시의 궤적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없었더라도) 5년간 300%나 상승한 ‘대가’이자 당연히 거쳐야 할 조정이었다 해도 무리한 주장은 아닐 것이다.

덕분에 증시는 오히려 차분해졌다. 과도한 기대도 하지 않고 그렇게 비관적이지도 않다.

환 손실로 순이익은 약간 감소했지만 상장기업들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율은 두 자릿수를 보이고 있다. 비록 단기간에 지난 1년의 마음고생이 보상되지는 않겠지만 금리보다는 나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좀 더 지켜보는 냉정함을 유지하자.

이상진 신영투자신탁운용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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