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철 변호사 진술 오락가락”… 떡값 실체는 없었다

  • 입력 2008년 4월 18일 03시 21분


두툼한 수사결과 자료집 삼성 특검 관계자가 1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특검 사무실에서 수사 결과를 담은 자료집을 취재진에 나눠주고 있다. 연합뉴스
두툼한 수사결과 자료집 삼성 특검 관계자가 1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특검 사무실에서 수사 결과를 담은 자료집을 취재진에 나눠주고 있다. 연합뉴스
■ 검찰 고위간부 뇌물의혹 모두 무혐의

《삼성 특별검사팀 수사 결과 전현직 검찰 고위 간부에 대한 삼성그룹의 뇌물 제공 의혹은 모두 사실 무근으로 결론 났다. 특히 김용철 변호사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실명을 거론한 김성호 국가정보원장을 포함한 5명 이외에 비공개로 언급한 로비 대상자 20명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특검은 △김 변호사가 직접 작성했다는 삼성의 관리대상 수가 일정하지 않고 △명단을 본 시점도 2000년과 2001년으로 바뀌는 등 진술의 일관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김성호 국정원장=김 변호사는 김 원장이 2000∼2002년 삼성그룹의 관리대상 명단에 들어가 매년 3회씩 수백만 원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특검에서 진술했다. 또한 1999년 봄 창원지검 차장 시절 500만 원의 금품을 직접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특검 조사 결과 김 변호사가 직접 관리대상 명단을 선정했다고 주장하면서도 그 명단에 금품 전달자가 있었는지, 누가 전달자인지 기억하지 못한다는 모순을 보였다. 또한 김 원장이 2000∼2002년 지방에 근무할 때의 금품 전달 방식에 대해 구체적인 진술을 회피했다고 한다.

특검팀은 김 원장이 창원지검 차장으로 근무할 당시 직원을 불러 조사했으나 김 변호사가 차장실을 방문한 사실이 없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김 변호사의 비행기 탑승 기록에도 평일 방문 기록은 봄이 아닌 그해 1월뿐이었다.

김 원장은 수사 결과 발표 이후 대변인실을 통해 “당연한 결과로 특별히 할 얘기가 없다”고 밝혔다.

▽이종찬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김 변호사는 이 수석도 김 원장과 같은 기간인 2000∼2002년 삼성그룹의 관리대상자 명단에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2000년 여름 이 수석이 삼성본관빌딩의 이학수 당시 구조조정본부장 사무실을 방문해 휴가비를 직접 받아갔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그러나 김 변호사가 이 수석의 방문 사실을 목격했다고 지목한 삼성그룹의 직원들은 “그런 사실을 목격한 일이 일절 없다”고 특검에서 진술했다. 특검은 당시 28층 사무실의 구조까지 파악해 김 변호사의 진술이 얼마나 구체적인지를 확인했으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결론 내렸다.

이 수석은 이날 “사필귀정”이라며 “사실 무근의 주장에 그동안 인내해왔다. 삼성 특검 수사 결과 늦게나마 진상이 밝혀져 후련하다”고 말했다.

▽임채진 검찰총장=김 변호사는 2001년 임 총장이 서울지검 2차장 때 삼성그룹의 관리대상 명단에 넣었고, 고교 선배인 이우희 전 에스원 사장이 관리했다고 지난해 11월 폭로했다. 또한 2004년 당시 춘천지검장이던 임 총장이 서울지검장이 될 것이라고 장담해 이 전 사장이 임 총장의 관리대상자라고 확신했다고 특검에서 진술했다.

우선 특검은 2년 후의 검사장 인사를 미리 예측한다는 것은 검사 인사 관례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김 변호사는 또 검찰의 특별수사·감찰본부 때에는 “임 총장을 직접 관리대상 명단에 넣었다”고 주장했다가 특검 조사 때에는 “관리명단에 임 총장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을 바꿨다고 한다.

임 총장은 오세인 대검 대변인을 통해 ‘관정지수 필유족저(灌頂之水 必流足底·정수리에 부은 물은 반드시 발 밑으로 흐른다)’라는 한자성어로 심경을 대신 피력했다.

▽이귀남 대구고검장=김 변호사는 이 고검장이 2000년 대통령사정비서관 시절부터 삼성의 관리대상 명단에 포함됐으며, 정기적으로 현금을 제공받은 사실을 관리대상 명단을 통해 직접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고검장이 삼성 비자금 수사를 반대하고 특본 수사 당시 검사들에게 수사하지 말도록 압력을 행사했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삼성그룹의 고려대 출신 임원들은 “이 고검장을 개인적으로 알지 못한다”고 반박했다. 또한 이 고검장이 사정비서관에 임명된 2000년 2월 김 변호사가 이 고검장을 관리대상 명단에 넣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진술을 회피했다.

특검은 이 고검장의 금품 수수 의혹의 실체가 나타날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었으며, 삼성 관련 사건에 부당하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

▽이종백 전 국가청렴위원장=김 변호사는 이 전 위원장이 동기 가운데 최초로 서울지검 부장, 검찰국장을 거친 귀족검사로 2000∼2002년 삼성으로부터 정기적으로 금품을 제공받았으며, 고교 동문인 제진훈 제일모직 사장이 관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특검 조사 당시 제 사장이 이 전 위원장을 관리한 것은 명단을 보고 안 것이 아니라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 등의 대화를 듣고 알았다는 모순된 태도를 보였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 2002년 대선자금 제공 의혹

당시 매입한 채권 정상적으로 유통

盧전대통령측에 축하금 안 건넨듯

17일 조준웅 특별검사팀의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2002년 삼성그룹이 대선자금 명목으로 한나라당에 제공한 채권 가운데 사용처가 밝혀지지 않았던 82억5500만 원어치의 채권 중 일부(13억3000만 원)를 김영일 당시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특검팀은 삼성이 2002년 매입한 839억 원어치의 채권 행방을 추적했지만 기소할 만큼 의심스러운 흐름은 확인하지 못했다.

특검팀은 삼성이 사채시장에서 교환한 채권의 총량과 명세를 확인하고 사용처를 모두 추적했으나 사용 명세가 대부분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한나라당 측이 받은 정치자금 중 사용되지 않고 남은 돈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특검팀은 김 전 사무총장이 채권의 일부를 사용한 사실을 새로 확인했지만 김 전 총장이 이미 한나라당의 정치자금 수수 행위와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죄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아 복역했기 때문에 포괄적으로 처벌된 것으로 판단해 김 전 총장을 따로 입건하지는 않았다.

특검팀은 삼성 채권이 노무현 전 대통령 측에 ‘당선 축하금’ 명목으로 전달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채권의 지문 감정을 의뢰했으나 지문 채취에 실패했다.

특검팀은 “이건희 회장을 포함한 삼성 측 관계자들 모두가 당선 축하금을 건넨 사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해 삼성이 참여정부 관계자들에게 당선 축하금을 줬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443억3000만 원 상당의 채권을 현물로 제출받아 2005년 대검 중수부에 제출됐던 채권 목록과 번호, 금액 등을 대조한 결과 채권 전체가 정확히 일치했다.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지난해 11월 기자회견을 통해 “삼성이 2003년경 노무현 대통령에게 당선 축하금으로 준 500억 원 상당의 양도성예금증서(CD)가 있는데 이를 대검 중수부가 수사하다 중간에 덮었다”는 취지로 제기한 의혹과 관련해 특검팀은 “조사 결과 해당 CD는 2003년 말 하나은행이 연기금 펀드를 자금원으로 해 발행한 것으로 당선 축하금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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