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8주년]“아직 배고프다”… 해외공략 고삐 당긴다

  • 입력 2008년 4월 1일 02시 53분


올해 들어 삼성전자는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 특검 수사의 여파로 잔뜩 움츠려 있었다. 1년간 준비해 온 각종 신제품 발표회가 축소되거나 취소될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베트남 휴대전화 공장 설립’ 방안을 확정한 것을 계기로 다시 뛰기 시작했다.

LG전자는 지난해 ‘달러당 900원’이던 사업 환율을 올해는 885원으로 낮춰 잡았다. 글로벌 기업으로서 사실상 비상(非常) 경영을 선언한 셈이다.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요즘 공사석에서 “지난해의 단기성과에 결코 안주해서는 안 된다. ‘갈 길’이 멀다”고 강조하고 있다.

○ 삼성전자, “신흥시장에서 뛰고 신수종 사업으로 날자”

“삼성전자의 발트3국(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시장 개척은 기존 시장보다 훨씬 적은 자원으로 큰 효과를 본 사례이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06년 9월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를 방문해 이렇게 말했다.

1998년 러시아가 사실상의 국가 부도인 ‘모라토리움’을 선언했을 때 일본 기업들은 발트3국을 떠났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1999년 오히려 이 지역에 본격 진출했다.

라트비아의 최고 인기 스포츠인 아이스하키 리그를 ‘삼성 프리미엄 리그’라는 이름으로 후원해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키워나갔다. ‘발틱 태권도 선수권 대회’도 열었다.

삼성전자의 이 지역 매출은 2003년부터 매년 약 35%씩 성장하고 있고 요즘 브랜드 인지도는 80%가 넘는다.

임수택 발트3국 법인장은 “미개척 신흥시장의 유통망을 장악해 경쟁사들이 넘을 수 없는 장벽을 만들었고 새로운 프리미엄 시장을 창출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신흥시장 공략의 기세를 올해도 늦추지 않을 계획이다.

최지성 정보통신총괄 사장은 최근 “인도 중국 동유럽 중남미 동남아 같은 신흥시장에서 처음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소비자를 절대 놓칠 수 없다”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삼성전자는 특히 신흥시장 공략을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도 연결짓겠다는 전략이다. 한 임원은 “새로운 시장에서 새로운 가치가 도출될 수 있다. 신흥시장의 잠재 수요를 적극 발굴해 그에 맞는 신기술, 신상품을 지속적으로 창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 부회장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여러 가지 대내외적 악조건이 있지만 위축되지 말고 과감히 도전하라. 창조는 시행착오를 통해 만들어진다”고 당부했다.

○ LG전자, ‘고객 경영’ 기반으로 ‘글로벌 경영’ 가속화

LG전자의 올해 매출 목표는 485억 달러. 지난해(440억 달러)보다 10% 늘어난 수치다.

투자 의지도 강하다. 시설투자 1조2000억 원, 연구개발(R&D)투자 1조7000억 원 등 총 2조9000억 원을 고수익 사업 구조와 기술 경쟁력의 강화를 위해 쓸 예정이다.

이런 목표 달성을 향한 출발점에는 ‘고객 경영’이 있다.

남 부회장은 경영회의 때마다 “고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또는 고객들이 표현은 못 하지만 무엇을 간절히 바라는지를 알아내 그런 기능과 가치를 LG의 상품과 서비스에 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때 고객은 당연히 ‘세계의 소비자’를 의미한다.

한 임원은 “‘고객 경영이 곧 글로벌 경영’인 세상이다. LG전자는 올 한 해도 조직과 인력의 글로벌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지난해 말부터 82개 해외 법인의 자금 조달 및 운용, 외환 관리 업무 등을 통합한 ‘글로벌금융센터(Global Treasury Center·GTC)’를 운영하고 있다. GTC 덕분에 개별 법인의 자금 입출금 상태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일관성 있는 ‘돈 관리’가 가능해졌다.

이 회사는 법인별로 이뤄지던 물류 관리도 ‘글로벌 물류 시스템’으로 통합 운영해 해외 물류비를 연간 2000억 원 이상 절감한다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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