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8주년]‘기업가 정신’다시 활활 투자 확대 高성장 도전

  • 입력 2008년 4월 1일 02시 53분


《유가 및 원자재가격 폭등,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파장에 따른 세계경제 둔화, 널뛰는 환율…. 올해 국내 기업들을 둘러싼 대내외 경영 환경은 외환위기 후 가장 힘든 상황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그러나 경제성장의 주역인 기업들은 과거와 달리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 열린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각 기업은 외환위기 이후 실종되다시피 했던 투자 확대와 공격경영을 올해 경영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여러 악재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른바 ‘비즈니스 프렌들리(기업친화)’를 표방하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기업가 정신’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현대車] 자동차 R&D에 3조5000억 쏟아

[SK] 투자 15% 늘려 수출 30조 목표

[GS] 올 2조5000억 투자… 10% 늘려

[삼성] 베트남 휴대전화 공장 건설 확정

[LG] 헬스케어 등 신사업에 적극 참여

[롯데] 롯데손보 출범 금융업 본격 진출

[금호] 대한통운 인수 매출 급신장 기대

[한화] 광구개발 등 해외자원사업 박차

[SKT] 전자금융-영화업 사업목적 추가

[KTF] 보험대리점업, 음반영상물 제작

○ 공격경영 선언, 투자확대 봇물

지난달 14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사옥에서 열린 현대자동차 주총.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은 현대차의 미래 비전에 대해 “2008년 경영환경은 위기와 기회 요인이 공존하고 있다”며 “세계 자동차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초일류 기업을 향해 전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은 올해 자동차부문 연구개발(R&D)에 3조5000억 원, 현대제철에 5조2000억 원 등 전체 계열사에 총 11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SK그룹은 올해 투자 규모를 지난해보다 15%가량 늘린 8조 원으로 정하고, 이를 통해 매출 82조 원과 수출 30조 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같은 투자 목표는 SK그룹 사상 최대 규모다. 권오용 SK 브랜드관리실장은 “환율과 유가 등 기업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지만 올해부터 3차 중장기 성장 모델을 시작하는 중요한 해인만큼 지속 발전의 토대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GS그룹도 올해 투자 규모를 지난해에 비해 10% 늘어난 2조5000억 원으로 늘려 잡았다. 이는 허창수 회장이 신년 모임에서 “경제흐름이 바뀌는 시기에는 시장과 고객의 ‘니즈’도 크게 변화하기 마련이고, 그 속에 기회가 있다”며 “모든 변화의 추세를 적기에 포착하고 필요한 투자를 두려워하거나 실기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 데 따른 것이다.

삼성그룹도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21일 윤종용 부회장 등 최고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경영위원회를 열고 베트남에 휴대전화 생산법인을 설립해 하노이 인근 박닌 성 옌퐁공단에 휴대전화 공장을 짓는 방안을 확정한 게 그 신호탄으로 풀이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달 중 삼성 특별검사 수사가 끝나면 삼성은 그동안 미뤄왔던 액정표시장치(LCD), 반도체, 가전 분야의 대형 투자를 재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활발한 신규사업 개척 움직임

LG그룹은 3월 12일 대전 LG화학기술연구원에서 구본무 회장 주재로 열린 ‘LG 연구개발 성과보고회’에서 올해 R&D에 총 3조 원을 투자하고 관련 연구인력도 2만700명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구 회장은 “날로 격화되는 글로벌 경쟁에서 선진 기업의 파상 공세와 후발 기업의 맹렬한 추격을 극복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법은 R&D”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14일 주총에서 “에너지 헬스케어 등 미래형 신사업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라며 “회사 성장과 관련해 인수합병(M&A)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경영 환경이 어려워졌지만 오히려 투자 규모를 지난해에 비해 15% 정도 늘린 4조 원으로 잡고 기존 사업에 더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신사업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롯데는 지난해 인수한 대한화재를 토대로 롯데손해보험을 출범하면서 본격 진출한 금융업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한통운의 인수효과를 극대화하면 매출이 앞으로 5년간 11조7500억 원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석유, 가스전 및 우라늄, 유연탄 등 해외 광산 지분 매입에 나선 데 이어 올해도 6, 7개 광구 개발에 참여하는 등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정보기술(IT) 관련 기업들도 새로운 사업 진출과 확장을 위한 정관 변경을 지난달 주총에서 잇따라 통과시켰다.

SK텔레콤은 전자금융업, 영화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면서 향후 전자상거래, 영화 배급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KTF는 보험대리점업, 음반·영상물 제작 및 배급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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