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할인점서도 휘발유 판다

  • 입력 2008년 3월 26일 02시 50분


■ 정부, 가격관리 생필품 52개 선정

밀가루 학원비 휴대전화료 등 매달 집중 점검

원가 오른 품목은 할당관세 적용해 인하 유도

업계 “선정 기준 자의적… 사실상 가격 통제”

올해 말부터 이마트나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가 자체 주유소를 세울 수 있게 된다.

외국처럼 소비자들이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자동차에 기름을 넣는 게 가능해져 소비 패턴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또 학원비 스낵과자 자장면 등 52개 품목이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생활필수품으로 선정돼 매달 정부로부터 가격 점검을 받는다.

기획재정부는 25일 이런 내용의 ‘생필품 점검 및 대응계획’을 마련해 국무회의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할인점 통한 휘발유 가격 경쟁 유도

대응 계획에 따르면 재정부는 월평균 소득이 247만 원 이하(소득 하위 40% 선 이하)인 계층이 자주 구입하는 품목 위주로 52개 상품을 선정해 가격을 점검하기로 했다.

밀가루, 라면, 배추, 무, 두부, 파, 마늘, 고추장, 식용유, 달걀, 사과, 스낵과자, 세제, 휘발유, 경유, 액화석유가스(LPG), 바지, 자장면, 전철요금, 시내버스요금, 학원비, 학교 납입금, 보육시설 이용료, 휴대전화 통화요금, 유선방송 수신요금 등이 포함됐다.

이 중 원가가 올라 가격이 오른 품목에 대해 △유통구조 개선 △할당 관세 적용 등의 방식을 적용해 가격 인하를 유도키로 했다. 담합, 매점매석 등에 대해선 시정조치와 단속에 나설 예정이다.

재정부는 수입 석유제품에 적용되는 할당관세율을 현행 3%에서 1%로 내린 뒤 대형 할인점이 휘발유를 해외에서 직수입해 국내 휘발유 소매시장에 진출토록 할 계획이다. 관세가 내려가면 중동지역에서 들여오는 휘발유 가격이 지금보다 L당 17원가량 낮아진다.

여기에다 대형마트가 대규모 거래로 수입단가를 낮추고 초기 마진폭을 내리면 기존 주유소와의 경쟁이 가능할 것이라고 재정부는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임종용 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몇몇 대형마트가 사업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가격 통제 없다” 대 “사실상 통제”

정부가 밝힌 점검 대상 생필품 선정 기준은 △서민층의 구입 빈도 △생활비 중 지출 비중 △서민생활 기여도 △최근 가격 상승률 등 4가지다.

우선 통계청이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만을 고려해 품목을 선정한 뒤 부처 간 실무협의를 거쳐 된장찌개 등 외식비 일부를 제외했다. 또 남성용 바지와 여성용 바지 등 비슷한 품목을 ‘바지’라는 한 항목으로 통합해 50개를 선정했다.

이후 주부클럽, 여성단체협의회 등 6개 민간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세제와 유아용품 등을 추가하고 운동화 등은 제외해 52개로 최종 확정했다.

하지만 52개 품목의 선정 기준이 다소 자의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중파방송이 아닌 유선방송 수신요금을 관리 대상에 넣거나 티셔츠 대신 바지를 넣는 등이 그 예다.

임 국장은 생필품 점검 관련 브리핑에서 “정부로선 가격을 직접 규제할 의도도 없고, 규제할 방법도 없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52개 품목을 선정함으로써 업계와 소비자에게 정부의 가격 안정 의지를 보여줄 뿐이라는 것.

이에 한 라면 제조업체 관계자는 “당장은 자체적인 원가절감 노력으로 인상 요인을 흡수할 계획”이라며 “하지만 특정 품목의 가격 동향을 점검하겠다는 정부 발표에 업계가 ‘압박’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며, 사실상의 가격 관리 내지 가격 통제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일선 제조업계에선 “지금 분위기에선 원가 상승 요인이 있어도 가격을 올리기 힘든 상황”이라며 “정부 방침이 장기화되면 중량을 줄이는 등 편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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