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신용카드보다 여행자수표 유리

  • 입력 2008년 3월 12일 02시 59분


■ 환율 상승기 換테크 요령

유학 자녀 둔 학부모들 송금 서두르는 게 좋아

11일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장중 한때 980원을 넘어서는 등 원화 가치가 연일 급락하면서 유학이나 어학연수로 자녀가 해외에 머물고 있는 부모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환율 변동에 대비할 체제를 갖춘 대기업들과 달리 일반인들은 환율 급등락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

하지만 해외에 정기적으로 외화를 보내야 하는 사람이나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 영세 수출입업자들이 기본적인 대응책을 잘 숙지해 두면 환율 변동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또 환율의 추이를 잘 살피면 환차익을 노릴 기회도 생긴다.

○ 필요한 외화는 빨리 확보해야

환율 상승기의 가장 기본적인 행동 수칙은 ‘필요한 상대국 외화를 가능한 한 빨리 사라’는 것이다.

특히 유학생 자녀를 둔 부모라면 환율이 조금이라도 더 오르기 전에 해외 송금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 상대국 통화가 강세를 보일수록 같은 액수의 원화로 바꿀 수 있는 외화의 액수는 줄어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만 달러를 미국에 있는 자녀에게 송금하려 할 때 원-달러 환율이 950원이면 한국 돈으로 950만 원이 들지만 환율이 1000원으로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하면 1000만 원이 필요하다. 따라서 외국에 있는 자녀에게 정기적으로 송금을 해야 한다면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미리 몇 달치를 한꺼번에 보내 놓는 등의 융통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해외여행을 준비할 때도 가급적 미리 경비를 환전해 두는 편이 좋다. 반대로 여행을 마치고 남은 외화가 있다면 가급적 천천히 원화로 바꾸거나 다음 여행 때 사용하는 게 낫다.

여행 기간 중 현지에서 물건을 산다면 신용카드가 아닌 여행자수표(T/C)를 쓰는 게 유리하다. 신용카드를 쓰면 매입 시점이 아닌 가맹점의 청구 시점(3∼4일 뒤) 환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카드를 쓴 뒤 환율이 더 오르면 현찰이나 여행자 수표로 결제하는 것보다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 이 밖에 환전은 환율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공항 환전소보다 각종 혜택을 이용할 수 있는 주거래 은행에서 미리 해 둬야 한다.

또 해외 무역을 하는 사람이라면 수입대금의 지불은 서두르고 수출대금은 가능한 한 천천히 받는 게 좋다.

○ 외화예금 가입 고려해볼 만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외화예금에 가입해 환차익을 노려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예를 들어 원-달러 환율이 950원일 때 1000달러를 입금했다가 환율이 1000원으로 올랐을 때 찾으면 5만 원의 환차익이 생긴다. 또 외화예금 통장을 만들어 놓으면 환 위험을 회피하면서 수시로 외화를 쓸 수 있다.

김은정 신한은행 신한PB 분당센터 팀장은 “해외여행, 출장을 다녀왔을 때 몇 만원 정도라도 남으면 원화로 바꾸지 말고 외화통장을 만들어 예치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일반 예금상품과 마찬가지로 외화예금에도 수시로 입출금을 할 수 있는 보통예금과 만기가 정해져 있는 정기예금이 있다. 정기예금은 환차익을 노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이자 수입도 챙길 수 있다. 현재 시중은행의 달러화 정기예금상품(6개월 만기)의 금리는 연 2%대 후반 정도다. 또 이미 외화예금 상품에 가입해 있고 갑작스럽게 외화를 쓸 일이 없다면 만기 연장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환율이 앞으로 계속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면 환 헤지가 안 된 해외 펀드에 가입해 환차익을 기대할 수도 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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